정의기억재단 모금 캠페인 일환 ‘20만 동행인 캠페인’에 참여
안산 상록고·파주 문산고 등 배지·손수건 등 제작·수익금 전달
“할머니들 위해 기부했던 것…‘애초 하지 말걸’ 이야기도 나와”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실 회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념품을 제작하고 수익금을 전달했던 고교생들이 허무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들은 “기부금이 모두 할머니들에게 쓰이는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25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과 손잡는 20만 동행인 캠페인(이하 캠페인)’에 참여했던 고교 역사 동아리 등에 따르면 이들 동아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도움을 보태고자 2018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정의연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안산 상록고 역사 동아리 ‘난새누리’ 활동을 했던 남모(20)씨는 “기부금이 전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일 줄 알고 기부했던 것”이라며 “(정의연 회계 의혹 관련)뉴스를 보고 함께 했던 친구들끼리 ‘애초에 (기부)하지 말 걸’, ‘허무하다’ 등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난새누리 측은 2018년 12월 216만9258원을 정의연의 해당 캠페인에 기부했다. 이들은 같은 해 4~11월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 확산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 ‘날아오른 새처럼 펼쳐질 소녀들의 봄을 기억해주세요’를 진행했다. 위안부 피해자 모습을 본딴 배지를 직접 디자인·제작해 교내에서 100여 개를 판매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095명의 후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에 동아리원들이 각자 돈을 보태 기부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1월 파주 문산고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알리고 기억하기 위한 ‘허스토리’ 활동을 해 온 학생들도 평화의집에서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찾아뵙고, 정의연에 10만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학교와 파주 시내 등지에서 엽서를 제작하고 손수건을 판매했다.
당시 참여했던 김모(19) 씨는 “김복동 할머니가 당시 의인상 받으시던 때라 찾아갔다. 할머니들을 위해 손수 만들었던 화장대도 드리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기부금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에 대해 “드리려고 했던 당사자들은 할머님들”이었다며 “마음을 드리고 싶었던 건데 (정의연이)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중요치 않지만, 그래도 할머님들을 위해 쓰는 게 가장 올바른 사용법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캠페인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부하고, 이를 대신해 당시 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이 2017년부터 추진했던 모금 캠페인이다. 정의연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캠페인을 위해 상록고·문산고 외에도 그룹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1인 공익 기업 소녀해방단, 전주 우림중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