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적자금 5조 투입
당국 “대규모 부실 우려”
신협 “위험 대비 충분해”
건전성규제 강화는 공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신협법 통과는 곧 공적자금 투입이다.”
신용협동조합(신협) 영업권역을 현행 시·군·구에서 전국 10개 광역시·도로 대폭 넓히는 개정안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당국자의 예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신협의 건전성 규제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황에서 영업권역 규제를 풀어주면 이후 부실화 사태를 겉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신협의 영업권역이 넓어지면 조합 간 자산확대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협 조합원은 예·적금에 대해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5.4%) 없이 농어촌 특별세(1.4%)만 내면 된다. 영업권역이 넓어지면 신협들이 이를 토대로 수신 모집에 나설 수 있다. 수신확대는 곧 대출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신협이 과연 제대로 된 여신심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다. 풀뿌리 지역을 중심으로 인간적인 관계와 정보를 토대로 금융활동을 해온 업권이기 때문에 대규모 권역에서의 영업을 할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실제 1990년대 후반에도 신협은 대규모 부실 사태를 겪었다. 당시 신협 자체 예금보호기금이 고갈돼 총 4조7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580여개의 신협이 구조조정 됐으며 2004년이 돼서야 자체 예보 기금 체제로 복귀했다.
저축은행 사태도 선례로 꼽힌다. 2010년 저축은행 영업구역을 기존 11개에서 6개 권역으로 넓혀주자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현재 신협은 순자본비율 2% 이상이라는 규제만을 적용받는다. 유동성비율 규제도 없다. 연체율은 이미 높아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22%에 달했다. 농협 1.59%, 새마을금고 2.21%를 크게 웃돈다. 적자 조합 비율도 신협이 27.3%로 농협 5.9%, 새마을금고 22.8%보다 높다.
신협 측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라고 반박한다. 예보기금은 아미 충분하고, 예대율도 낮아 영업확대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신협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신협 예보기금 적립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신협 전체부실규모는 1285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신협 관계자는 “평균 예대율은 약 72%로 금융업계 최저 수준이며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어, 유동성이 문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우려를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신협법이 통과돼도 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감독노력을 기울이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신협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남주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신협의 신용리스크 관리는 취약한 편에 속하고, 농협이나 수협과 비교해도 7년 이상 뒤떨어졌다”면서도 “당국이 그걸 막는 규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농협이나 수협과 달리 신협은 단위 신협별 리스크 등급을 체계화하는 장치가 없다. 각 단위 신협별 신용리스크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 부실화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남 교수는 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영업지역 규제를 풀어도 부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