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락에 코로나19 겹쳐
달러 강세로 헤알화 가치도 폭락
정치 불안까지 겹쳐 경제난 가중
2014년 이후 성과 ‘롤러코스터’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이 매년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2019년만해도 20% 안팎의 수익률을 가져다준 브라질 국채는 올 들어 손실률이 30%까지 다가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데다 정치 불안 등 악재가 겹친 탓에 브라질 국채의 자산가치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헤럴드경제 집계 결과 이달 12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을 통해 판매된 브라질 국채 판매 잔고(신탁 및 펀드 합산)는 5210억원으로 집계됐다. 7조원대로 추정되는 증권사 판매 잔고에 비해서는 적지만, 은행 고객 상당수도 브라질 국채에 투자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은행 및 증권사들이 브라질 국채를 선보이기 시작한 건 2011~2012년부터다. 당시 브라질 국채는 연 10%대에 달하는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 매력이 부각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원/헤알 환율이 500~600원 선으로 헤알화 강세를 보였던 것도 추가 수익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기대와 달리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이후 배신과 용서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 경제 침체 등으로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손실을 안겨주다 2016년에는 연간 수익률 70%를 넘기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2017~2018년에는 한 자릿수 수익률을, 2019년에는 연금개혁안 통과로 20%대에 달하는 수익률을 냈다.
올해는 어떨까. 금융업계 및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10년 만기 브라질국채 수익률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67%(환율 적용)였다. 세금 및 환매수수료 등까지 포함하면 수익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브라질국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계좌에는 7200만원 남짓이 평가액으로 찍혔다는 얘기다. 그간의 성과가 무색할 정도다.
올 들어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이유는 헤알화 폭락에 따른 영향이 크다. 해외 채권은 채권가격 움직임에 따른 자본 손익, 쿠폰 이자에 따른 이자 수익에 더해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달러화를 다시 헤알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헤지 비용이 크기 때문에 환노출을 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달 12일 기준 원/헤알 환율은 210.13원으로 연초 대비 26.8%가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소리다.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떠안게 된 셈이다. 그동안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널뛰기를 보였던 것도 헤알화의 극심한 변동성에 기인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나온 증권사들의 전망 보고서만 봐도 헤알화의 반등을 예상한 경우가 꽤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헤알화는 신흥국의 환 변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매년 헤알화 변동성이 극심한 탓에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른 점도 손실률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3.0%으로 낮췄지만, 브라질 10년물 국채금리는 2019년 말 6.9555%서 지난 12일 7.9435%까지 상승했다. 듀레이션을 8년으로 가정할 경우, 금리 상승으로 인한 평가손실만 7%를 넘는 셈이다.
이렇듯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지다보니 채권 매매 시기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익이 크게 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브라질 국채는 PB를 통해 고액자산가 위주로 제한적으로 소개돼된 뒤 잔고가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몇년간 브라질 국채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한 것도 수익률 변동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브라질 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피치는 이달 5일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B-로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까지 몰리는 등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고 재정 적자 규모가 늘어난 것이 등급전망 하향의 근거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자재 수요가 급감한 것도 브라질 경제의 성장을 발목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5년 만기)은 지난 12일 325베이시스포인트(bp)에 달했다. 지난해 말 CDS 프리미엄이 100bp를 밑돈 것을 감안하면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지고 있고, 국가신용등급 추가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등 브라질 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이 당장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을 포함해 신흥국 전반에 걸쳐 글로벌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