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 태운 ELW 전철 밟을까
당국·업계 추가 조치 도입에 시각 엇갈려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금융당국이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해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에 기본예탁금을 도입하면서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당국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고위험 ETP에 대해 기본예탁금을 설정해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범위 대상은 레버리지와 인버스다. 레버리지는 추종지수의 상승 시 2배의 수익률을 내고, 인버스는 지수 하락 시에 수익률을 내는 파생상품이다.
지난 3거래일 동안 거래가 중지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11일 장마감 괴리율(시장가격과 지표가치 간 차이)이 292.11%를 기록하는 등 원유 레버리지 관련 상품의 괴리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물·옵션 거래는 1000만원, ELW는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있다. ETP 기본예탁금의 설정 대상과 구체적인 금액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P 전체 거래대금의 70~80%가 ETF고, 그 중 80%가 레버리지·인버스로 투자과열 상태”라면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레버리지·인버스 시장이 갑자기 커지면서 심한 변동성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됐고, 이에 대한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당장은 시장 과열을 식히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안정화 이후에는 ETP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예탁금 설정으로 크게 위축됐던 ELW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ELW 시장에서 스캘퍼(초단타매매 거래자) 불공정거래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호가범위를 8~15%로 제한하고 기본예탁금을 15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결과 ELW의 투기 수요는 잡았지만 2년만에 월 거래대금이 40조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급락했고, 일 평균 거래대금도 1조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조치 도입을 검토중인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일가매매와 거래중지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시장이 바로 냉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설정 외에도 액면병합 허용과 유동성공급자(LP) 평가 강화, LP 추가상장 효력발생기간 단축, ETN 자진청산, 사전교육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ETP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