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2020생애금융보고서’

50~64세 퇴직자 1000명 조사

국민연금 수령까지 평균 12.5년

재취업 못하면 생활비도 부족

병원비·자녀결혼 돈 쓸곳 산적

월수 400만원 이상돼야 여유

대한민국에서 대분의 직장인들에게 은퇴는 여유있는 노후와 거리가 멀다.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것은 곧 또다른 생존경쟁의 시작이다. 병원비 마련에, 그리고 자녀들 결혼비용 걱정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계속 일거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은 ‘퇴직 후 삶’을 조명한 생애주기 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을 11일 냈다. 이 보고서는 하나금융이 최근 출범한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작성했다.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50~64세의 남녀 퇴직자 1000명(국민연금 수령 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퇴직자 10명과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이야기를 들었다.

▶퇴직자 28% “생활비 줄였다”=응답자들의 절반이 ‘4말5초’(40대 후반 5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이 재취업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연금을 처음 받기까지 소득이 없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평균 12.5년이다.

이 크레바스 기간을 버티기 위해 퇴직자들은 우선 지출을 줄였다. 설문에 응답한 퇴직자 가운데 28.7%가 생활비를 줄여야 했다. 월평균 252만원을 쓴다고 응답했다. 물론 재취업, 창업 등에 성공하면 생활비 감소폭은 줄어들었다.

보고서에선 퇴직자들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도 드러났다. 퇴직자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생활비 수준은 평균 400~500만원이었다. 기본적인 생활비에 경조사비, 여가생활비 지출까지 감안한 것이다. 200~300만원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며 먹고 사는 정도’라는 반응도 있었다.

문제는 퇴직 이후에 이 정도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퇴직자의 60.5%는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적은 응답자들이었다.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74%는 보유자산이 최소 5억원 이상이었다.

▶퇴직자 절반 이상 ‘재취업’= 퇴직한 이들의 3대 걱정거리는 ▷의료비용 ▷물가상승 ▷자녀 결혼비용이었다. 이는 지갑을 닫는 것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퇴직자 가운데 55.1%는 재취업 또는 창업에 나섰다. 취업하지 않은 퇴직자들 중 65%도 “경제활동 준비 중”이라고 응답했다.

그렇다고 보유자산이 많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자산규모별로 봐도 52~29% 가량은 어떤 식으로든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시중은행 PB는 “생활비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려는 욕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취업 했다는 퇴직자의 79%는 퇴직 후 1년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고 응답했다. 재취업 퇴직자의 64.8%는 기존 경력과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퇴직자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나이에 맞는 직업이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퇴직 후의 경제활동을 하며 평균 256만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293만6000원)이 여성(148만9000원)보다 높았다.

▶퇴직 후에도 저축이 미덕= 퇴직 후에도 ‘저축’은 중요한 노후계획이었다. 퇴직자의 35.3%는 “가능한 저축을 많이 한다”고 답했다. 현재 살고있는 주택을 줄인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 정도였다.

전체의 12.5%는 다달이 수익을 손에 쥘 수 있는 연금상품을 찾겠다고 답했고, 거주하는 주택 외에 가진 여유 부동산을 처분한다는 응답은 11.3% 정도였다.

100년 행복연구센터 관계자는 “퇴직자 대부분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활동을 계속하려는 뜻을 보였다”며 “저축을 하고 주택을 활용하며, 여생동안 생활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찾는 게 핵심적인 대책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