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자생력이란 스스로 회복해서 치유하고 근본을 되찾으려는 힘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생력을 갖고 있죠. 회복 의지가 약해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힘을 내면 자생력이 발현됩니다. 정신도 마찬가지예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결승점에 다 왔다는 증거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죠. 비 맞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으니까요.”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하는 ‘추나요법’을 개발해 한방의 신기원을 이룬 신준식(62) 한방자생병원 이사장은 국내 17개 병의원에 260여 명의 의료진을 거느린 국내 최대 한방의료재단인 한방자생병원을 이끌며 한방의 과학화와 세계화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이제 한방의 핵심원리인 자생력을 삶의 원리이자 성공의 키워드로 내세우며 ‘자생력을 키우는 삶’의 전파에 나섰다.
신 이사장은 최근 ‘삶은 자생한다, 신준식의 성공과 열정 방정식’이라는 부제를 붙인 ‘비 맞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다’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3년 전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한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과 그 동안의 진료 경험,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사례로 들어가며 자생력을 삶의 원리, 성공의 방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를 서울 강남 본원에서 만나 ‘자생력의 철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평생 매달려온 자생력은 신체의 회복원리에서 힘겨운 삶에 힘을 주는 힐링의 철학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7대째 의술을 이어온 의료인 집안=신 이사장은 대대로 의술을 업으로 삼아온 한의사 집안 출신이다. 그가 7대째다. 그의 부친은 당시로선 드믈게 외과의 자격증이 있는 한의사였다. 이북에서 철도병원 원장을 지내다 한국전쟁 후 충남 당진으로 내려와 충청도와 경기도에서 의술을 펼쳐 신 이사장은 어린시절 17곳이나 이사를 다녔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환자들은 항상 넘쳤다.
그는 약제를 짓고 침을 놓고, 때로는 메스로 환부를 절제하고 고름을 제거한 후 꿰메는 등 외과의술까지 펼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아버지가 왕진을 갈 때에는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따라다니는가 하면 성냥개비로 침 놓는 놀이를 하며 지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부르시고는 진짜 침을 건네면서 침을 놓아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앞에는 물이 가득 담긴 세숫대야에 박으로 만든 바가지가 있었죠. 손으로 잡지 말고 정중앙에 침을 놓으라는 거였죠. 처음에는 조급해서 아무것도 안 됐죠. 며칠 시도한 끝에 마음이 가라앉고 집중력이 생기면서 성공할 수 있었죠. 그 후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조선침법을 전수받았어요.”
20대 때에는 건재상을 기웃거리는 등 방황하기도 했지만 만학(晩學)으로 경희대 한의과에 진학해 석ㆍ박사까지 마치면서 한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35년 전 겨울 부친이 계단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쳐 6년 동안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허리병 만은 꼭 정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부친의 질환은 나중에 결핵균이 들어가 척추결핵이 되었는데 돌아가실 때에는 허리뼈가 녹아내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침을 놓고 약을 짓는 부친을 보면서 의료인의 자세를 배웠다.
◆비수술 디스크 치료법인 추나요법=신 이사장은 37세 때인 1989년 서울 역삼동에 한의원을 개원했다. 초창기 한약과 약침, 봉침 등으로 디스크 환자를 치료하면서 가장 먼저 연구한 것이 한약이었다. 그의 집안에는 독특한 한약제조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선친은 허리가 아픈 사람들에게 그 한약을 처방했고 탁월한 약효를 발휘했다. 한의원을 개원하고 다양한 임상연구 끝에 이 한약이 허리와 목 디스크 등의 근골격계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친의 호를 딴 한약 ‘청파전’을 개발했다.
이어 척추전문 한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고 1991년 추나학회를 설립하면서 비수술 척추 치료법을 체계화해 나갔다. 추나요법이란 비뚤어진 척추뼈와 관절, 인대를 맞춰줌으로써 인체의 균형을 잡고 자연치유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일부에서는 ‘안마소나 재활원에서 하는 지압 같은 것을 한의사가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병원 이름도 자생한의원으로 바꾸고,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러다 방송에 출연한 다음부터는 환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1999년에는 자생척추관절연구소(JSR)을 설립하고, 뒤틀린 허리뼈를 바로잡는 추나수기요법, 통증완화를 위한 동작침법(MSAT), 약침 등의 치료법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대 약대, 미시건주립대, 노스캐롤라니나 주립대 등 국내외 유명 대학 및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성과를 국제 의학학술지에 발표해 공신력을 높이는 등 과학화, 세계화에 나섰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유명인사들도 병원을 찾았고, 병원을 지방으로 확대했다. 유명인사 중에는 박지성, 김연아, 최경주 등 스포츠 스타는 물론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20여 명의 주한 외국인 대사, 헝가리 전 국무총리의 부인,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의 남편 등 셀 수 없이 많다. 2009년 미국 풀러톤에 첫 해외분원을 개설했고, 이젠 해외분원이 6개에 달한다.
◆삶에도 자생력이 필요하다=그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에세이집을 냈다. 환자들과 25년 넘게 지내다 보니 많은 사연이 생겼고, 나이가 들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나누고 싶어 새벽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는 데 치중하다 보니 자신의 진정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이 살기 어렵고 험악하니 쉽게 지치고, 좌절하고, 자살하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젊은이들 모습이에요.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는 모두 어려움과 힘겨움이 있어요. 그걸 견디고 극복했던 거지요. 그걸 알려주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이 수많은 시련과 고난으로 힘겨워하지만, 고난이 있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고난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단련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생력도 커진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예감…. 이런 마음과 맞닥뜨렸을 때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삶의 자생력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작은 일에 희비가 엇갈려 감정을 다치기보다 넓고 멀리 생각해야 하는 거죠. 지금의 시련도 머잖아 지나갈 것을 믿고 역경을 이겨내고 나면 훗날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게도 순탄한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추나요법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을 때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때 좌절해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었다면 오늘날의 한방자생병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과 추나요법의 임상효과를 믿고 이를 학문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논문을 쓰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국내외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위기를 넘어 성공할 수 있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와 자생력을 갖춘 인체 방어군이 치열하게 싸우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고난과 어려움은 어떠한 목표를 향해 갈 때 반드시 겪어야 하는 감기 또는 설사 등의 자정작용과 같습니다. 아무런 역경 없이 순탄하게만 흘러간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닌 위기신호로 봐야 합니다. 고난과 힘겨움을 넘어설 자생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삶의 자생력을 위해 필요한 3가지 덕목=그는 삶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나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야 하며,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고민해 찾은 길에 대해 주변의 시선과 간섭을 배제하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그는 강조한다.
둘째는 ‘두잉(Doing)의 법칙’이다. 그가 순탄한 한의사의 길이 아니라 척추전문 한의사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수 있다는 신념과 무엇이든 될 때까지 실천한 ‘두잉의 법칙’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세째는 남을 위한 배려다. 자신이 귀하게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남을 귀하게 배려해야 하며, 그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지난 25년 간 15만여명의 환자들이 척추질환을 고치기 위해 자생한방병원을 찾았어요. 지난해에는 평생의 숙원이던 공익한방의료재단을 설립해 자생병원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이제는 한의학을 해외에 알리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전력하려 합니다.”
그는 수천 년 면면히 내려온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켜 한국의 한의학이 아닌 세계의 ‘K-MEDI’가 되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신준식(申俊湜)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한방치료법인 ‘추나요법’을 발전시켜 현대 임상에 접목한 척추질환계의 한방 명의로 불린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1989년 서울 역삼동에 한의원을 개설했다. 1991년 척추신경추나의학회를 설립해 추나요법을 전국에 보급했다. 미국 어바인의과대학 선택과목 채택(2002), 미국 하버드 의대 협력 연구(2006~) 등 해외 의학계와 꾸준한 의료교류도 진행하는 등 한의학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적극 나섰다. 이러한 공로로 2000년 보건의 날 대통령 표창 국민포장, 2006년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상했다. 현재 재단법인 자생의료재단 및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추나의학회 명예회장, 미시건주립대 명예교수 등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