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대비 PER 상대비율
과거 양적완화 기간 대체로 하락
“밸류에이션 상승효과 美에만 집중”
현재 코스피 PER, 10년 평균 웃돌아
“지수 자체보다 종목·업종 접근 유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국내 증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선 양적완화 시기,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승 속도를 국내 증시가 따라가지 못하는 ‘미국 쏠림 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대비 코스피의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양적완화 기간 중 대체로 하락했다. PER은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이익 총합으로 나눈 값으로, PER이 높을수록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1차 양적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기간 S&P500의 PER(12개월 선행)은 11배에서 15배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S&P500 대비 코스피의 상대 PER은 0.8~0.9배 수준에서 0.7배 미만으로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차 양적완화 (2010년 11월~2011년 6월) 기간에는 상대 PER 비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S&P500의 PER이 반대로 하락하는 등 양적완화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S&P500의 PER이 12배에서 16배 내외로 올랐던 3차 양적완화(2012년 9월~2014년 10월) 당시에는 코스피의 상대 PER 비율이 0.7배에서 0.6배로 떨어졌다.
이미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10년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11.1배로, 2011년 이후 평균(약 9.8배)을 1.3배 가량 상회하고 있다. 지수 자체는 아직 지난해 저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익창출력과 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그만큼 낮아진 탓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효과로 PER 상승 가능성이 있는 미국 주식시장이 국내보다 나은 대안”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 상승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수 자체보다는 종목이나 업종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미국의 양적완화는 앞선 세 차례의 성과를 뛰어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시기인 올해 2월 말 이후, 연준의 총자산과 보유 증권은 각각 2조5000억달러, 1조7000억달러 증가했다. 국채 또는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가 1조6000억달러 수준이었던 1·3차 양적완화와 비교해 그 규모가 크다. 연준이 자산 매입 종료 시점을 미리 못 박지 않았다는 점, 매입 대상 자산에 국채와 MBS는 물론 상업용 MBS까지 포함된 점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실제 현재 S&P500의 PER은 지난 1일 기준 19.6배로, 연준의 보유 증권 규모(5조6000억달러)를 토대로 NH투자증권이 추산한 적정 PER(17.1배)을 이미 넘어섰다. 향후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까지 먼저 반영한 결과다. 연준의 자산 매입 속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각종 미국 경제지표가 2분기에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자산 매입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길 연구원은 “과거 주식시장 조정은 양적완화 규모 축소보다는 종료 혹은 금리인상 등 긴축 국면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자산 매입 지속은 적정 PER을 제고시켜 현재와 괴리를 줄여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