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미국인 억만장자 가운데 지난해 기부액 기준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상위 기부자 1위였다. 게이츠 부부의 작년 기부액만해도 거의 3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을 따져보면 이들이 낸 돈은 모두 30조원에 이른다. 게이츠 회장 자신의 현재 자산의 30%가량을 기부한 셈이다.

그러나 게이츠 회장도 처음부터 기부에 욕심을 낸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기부의 스승이 있다. 바로 면세점 듀티 프리 쇼퍼스(DFS) 공동 창업자인 척 피니(83)다. 그는 지난해 2억97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66억달러를 기부했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 그의 자산이 200만달러(추정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가 평생 번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항상 “부(富)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써야 한다”고 말해왔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채 수십년간 자선 활동을 해왔다. 기부를 해온 사실이 공개된 것은 1997년이다.

이처럼 “살아있을때 기부하자”는 그의 철학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부부가 자선단체를 세우는 데 자극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게이츠 회장은 “척 피니가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기부는 검소한 생활로 더 돋보인다. 자동차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한 채도 없다. 특히 “고급 브랜드 못지않게 시간이 잘 맞는다”며 여전히 15달러짜리 카시오 손목시계를 차고 다닌다.

면세점 사업으로 거부가 된 그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이민자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공황 기간 미국 뉴저지주에서 성장했다. 열살 때 성탄 카드를 집집이 방문해 판매할 정도로 사업가적 재능을 보였다.

척 피니 외에도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지난해 7억34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107억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소로스의 개인자산 240억달러의 45%에 달하는 금액이다.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의 총 기부액도 개인 자산의 30%에 이른다. 게이츠 부부는 지난해에 총 26억5000만달러를 질병 예방 및 퇴치, 교육 개선 사업 등을 위해 기부하는 등 현재까지 게이츠 부부가 낸 돈은 모두 302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게이츠 회장의 자산 810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26억3000만달러를 기부해 게이츠 부부보다 2000만달러 적었다. 작년 기부액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버핏 회장의 기부 총액은 199억달러이다. 이는 버핏 회장의 자산 682억달러의 29%에 해당하는 액수다.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 부부도 지난해 3억2100만달러를 포함해 지금까지 26억달러를 기부했다. 개인 자산 69억달러의 37%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