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조성 등 대책을 마련했다. 주목되는 대책 중 하나는 특수목적금융회사(SPV)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를 통해 저 신용등급 포함 회사채·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CP는 여전히 인수가 어려웠기 때문에,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해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까지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사실, 자동차 업계만 하더라도 특히, 부품업체들이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BB 이상의 신용등급 업체는 그나마 회사채 할인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나으나 B등급 이하 업체는 아예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NICE 신용정보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B이하 신용등급 기업들이 84.3%로, 대부분 기업어음 발행을 통한 자금 융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1차 협력업체보다 2~3차 협력업체들이 B등급 이하에 속해 어렵다.
자동차는 3만 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제품으로, 수천개 부품업체의 부품공급과 완성차 업체의 조립·제조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한 개의 부품이라도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완성차 생산도 차질이 발생한다. 특히, 완성차 특정 모델 개발단계에서부터 부품의 사양, 외형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부품들과 호환이 어려우며, 금형, 설비제작 등에 장기간 소요되어 짧은 시한 내 대체 조달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자동차 산업엔 심각한 위기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공급망 차질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일부 가동 중단되고 있고, 부품업체들의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2~3차 부품업체들은 자금경색과 도산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부품업체들이 무너지면 다시 완성차 업체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부품업체는 완성차 실적에 영향을 받고,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들에 영향을 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B등급 이하 부품기업들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 점에서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는 크다. 완성차기업 등 기간산업의 유동성 어려움은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저신용등급의 중소부품업체들의 위기는 특히 특수목적금융회사(SPV)의 적극적 회사채와 기업어음 인수로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다. 우선, 위기발생이 가속화되고 있어 조기 시행이 중요하다. 이번 대책의 시행에 일정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대책들이라도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현장 독려가 필요하다. 또한, 업종별 상황이 다른 점을 감안하는 세부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기업의 경우 앞서 살핀 대로 어음인수, 회사채발행, 대출만기연장 등에 있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별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대책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현장 담당자들에 대한 면책으로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위기 시엔 평상시와는 다른 정교하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세심한 시행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