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비즈니스가 화제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바이러스가 비즈니스 영역마저 한순간에 바꿔놓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무역협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유튜브로 온라인 설명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다. 평소였다면 설명회장의 공간적 제약으로 한정된 인원수만 참가가 가능했을 텐데 온라인이다 보니 접속자가 그 몇 배에 달하고 댓글을 통해 청중과 연사가 자유롭게 소통을 하기도 한다. 생중계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얼마든지 다시보기가 가능해 정보 전파와 습득에도 효과적이다. 설명회에 접속한 업체들의 의견과 질문은 따로 정리해 개별적으로 피드백해주니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업계 의견이 자꾸 쌓이면 빅데이터화도 가능하다.
이런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T)’이다. DT를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비즈니스의 틀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향상시키면 그게 바로 DT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급격하게 바꿔놓고 있지만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 비즈니스라고 한다면 전염병 사태도 온라인이나 비대면 속성의 DT로 대처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류사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전쟁이나 전염병 뒤에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영구적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근로 참여가 확대된 것이나 2000년대 초 사스(SARS) 이후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온라인 쇼핑은 사스 때와는 매우 다르다. 과거에는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제품 생산에서 배송에 이르기까지 인적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일찌감치 미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e커머스기업 아마존은 로봇 활용도를 높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아마존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17만5000명을 신규 고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전통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는 850곳의 상점을 폐쇄하고 8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며 고급 백화점 체인으로 창립 역사가 100년이 넘는 니만마커스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의 많은 기업이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전례 없는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내놓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단기적으로 정부와 경제계 모두 기업 회생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기존 비즈니스와 산업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적절한 전략과 투자로 모바일과 IT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처럼 이제 다시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과 안목으로 빨라지는 DT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을 위해 관련 정책을 내놓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며 기업은 생존을 걸고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한다.
미래 어느 시점에 과거를 돌아봤을 때 2020년 전염병의 대유행이 한국 경제와 산업의 커다란 도약대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전무 겸 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