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내일은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은 음원에서도 강자다. 멜론 차트 100위 안에 무려 6~8곡이 상주해 있다. 트로트 가수의 음원차트 올킬급(級)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이돌도 쉽지 않은 성적이다. 트로트 가수가 강한 곳은 행사(공연)다.
21일 오후 3시 현재 ‘멜론TOP100’ 차트에 올라 있는 임영웅의 곡은 조영수 작곡가가 써준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32위)를 비롯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45위), ‘바램’(61위), ‘보랏빛 엽서’(77위), ‘배신자’(98위), ‘일편단심 민들레야’(99위) 등이다.
임영웅을 제외하고 ‘미스터트롯’ 출연자 중에서 100위 안에 든 노래는 영탁의 ‘찐이야’(69위)가 유일하다. 엄청난 팬덤을 지닌 송가인의 100위 내 진입곡은 하나도 없다. 트로트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음원차트의 생태와 트로트의 소비지점이 달라서다.
임영웅의 음원 강세 현상을 단순히 남녀 팬덤 차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물론 여성 팬덤이 남성에 비해 음반 구매와 스밍&총공 등 행동력에서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는 한다. 이것만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그렇다면 다른 ‘트롯맨’도 임영웅과 비슷한 현상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임영웅 음악의 차별적 성격과 그것을 소비하는 팬들의 감성을 논해야 한다. 임영웅은 지난 3일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가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를 뒤흔든 바 있다. 트로트곡이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히트한 트로트곡도 발표 때는 조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귀에서 귀로,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며 국민가요급이 된다.
하지만 임영웅의 경우,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이었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성과 가창력을 겸비해서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때가 됐다.
임영웅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빨려 들어가게 할 때가 있다. 계속 듣고 싶게 하는 중독성은 음원차트에는 절대 유리하다.
임영웅은 과장 없이, 강약과 완급 조절로만 노래를 부른다. 절규톤 등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감정을 사용한다. ‘바램’ ‘보랏빛 엽서’ 등은 모두 그렇게 불렀다. 일단 이런 가수의 팬이 한 번 되면 오래간다. 정석 플레이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말과 비슷하다. 겸손한 임영웅의 모습도 이런 점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이런 정석 플레이의 기반 위에서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터’에서 부른 남미 음악 ‘데시파시토’는 하나의 별미다. ‘데시파시토’는 끈적거리는 느낌이 날 수 있는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은 임영웅이 가사 내용이 야한 ‘데시파시토’를 지나치게 관능적이지 않도록 적당한 감성으로, 맛깔나게 그리고 유쾌하게(잔망미) 소화해냈다.
임영웅의 창법은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섬세한 감성 사운드가 잘 어우러져, 듣는 이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고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그렇게 해서 임영웅은 ‘바램’을 딱 한 번 부르고도 노사연의 ‘바램’을 임영웅의 ‘바램’으로 바꿔놓았다.
실용음악을 공부한 임영웅은 원래 발라드를 부르기도 했는데, 발라드로는 수상하지 못하다가 트로트를 부르면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트로트 가수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트롯'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특유의 말하듯이 편안하게 부르는 스타일이 호평을 받고 있다. 발라드와 스탠다드팝 등을 두루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 그래서 팬 베이스도 중년부터 젊은 여성까지 폭넓은 편이다.
송가인 굿즈는 ‘돋보기안경’ ‘효자손’ ‘안마기’ 등 어르신을 향하고 있는 데 반해 임영웅의 팬은 젊은 여성도 많다. 발라드를 좋아하던 우리 ‘누나’들이 그렇게 해서 임영웅의 트로트에 푹 빠지게 됐다. 이 같은 요인들은 임영웅을 유난히 음원에 강한 가수로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