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업 체감자금사정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악화

대기업도 대출로 눈돌려…중기부터 자금공급 줄 듯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자본시장이 경색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우선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이시은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대출시장 동향 및 전망’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상승하면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 1~2월까지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증감액 기준)는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7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10조7000억원으로, 전체 증감액의 78.3%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1~2월까지의 자금공급은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기 전이며, 지난달부터 기업의 체감 자금사정(BSI)는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BSI는 기업 자금사정에 대한 경영자의 긍정·부정 응답을 0~200 사이 값으로 지수화 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이후인 지난달 기업의 BSI는 전월인 지난 2월보다 10포인트 하락한 68이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8년 12월의 65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중은행들의 중기대출이 급감했던 점을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자금난도 중기에 유독 혹독할 것이라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2007년 79조3000억원에서 2008년 78조3000억원, 2009년 14조5000억원, 2010년 10조9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금융위기 발생 이듬해인 2009년 1~9월중 시중은행 기업대출 증감액은 전년 같은 기간 44조9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88.4%나 급감했다.

당시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먼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총 기업대출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2007년 66조8000억원에서 2008년 48조원으로 28%나 줄었다. 산업별 대출잔액 증감률을 보면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건설업, 부동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먼저 줄기 시작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공급을 위해 우량 대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이중고를 겪어야 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공급을 해왔던 대기업들도 코로나19 이후 대출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NH)의 대기업대출잔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78조7000억원으로 지난 2월말 대비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유동성 부족이 확대될 경우 정상 기업들의 연쇄 도산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정책금융기관의 경기대응적 자금공급과 함께 민간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등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