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폭락때 삼성전자 5조8000억 사

하이닉스·현대차 등 대형주 순매수 집중

아직 손해구간 이지만 승리 가능성 높아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 지수 1400선이 위협 받는 폭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대량 처분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 대형주를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사들이며 주가를 방어하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2월 말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국내 증시에선 전시를 방불케 하는 폭락장이 펼쳐졌다. 2월 24일 2079.04를 가리키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1482.46(3월 23일)으로 28.70% 추락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14조199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셀코리아’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1400선을 내줄 뻔했던 코스피에 방어막을 구축한 것은 개미였다. 개인은 같은 기간 12조3319억원을 순매수하며 연기금(2조7863억원)을 뛰어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공포에 압도되기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찾아온 투자기회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주축이 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의 증시 급락기간(2월 24일~3월 23일)에서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그 금액이 무려 5조820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6조3604억원)을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를 ‘애국개미’로, 이들의 순매수 행렬을 1894년 반외세·반봉건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동학개미운동’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2030 사이에선 삼성전자 투자 붐이 일었다. 신용융자를 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이들도 많아 일각에선 비트코인 광풍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다른 대형주에도 개미 순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급락기간에 개인은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원 가까이(9293억원) 사들였으며, 현대차(7402억원), 삼성SDI(3734억원), LG화학(3551억원), 한국전력(3268억원) 등 다른 시총 상위주에도 매수가 몰렸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순으로 순매도한 것과 정반대다.

증시 급락에 이들 대형주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개미들은 ‘떨어지는 칼은 잡지 마라’는 증시 격언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 23일 0.6배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되려 ‘쌀 때 사자’는 저가매수 수요를 증폭시켰다.

외국인과의 대결에서 항상 밀려 눈물 짓던 개미는 이번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지난 한 달의 급락기간 동안 삼성전자 평균 주가는 5만2271원(종가 기준)이었고,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8300원이었다. 이를 평균단가로 보고 매 거래일 같은 물량을 샀다고 가정한다면, 아직까지는 개인이 7.60%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하나금융투자는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인 개인 투자자에 대해 “최근 외국인 엑소더스에 대항하는 시장 완충 기제로 급부상했다”며 “코로나19 파장이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괴멸적 상황 변화로 직결되는 게 아니라면 이번 사이클의 최종 승자는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