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JLL은 자체 조사보고서 ‘City Momentum Index(CMI)’를 통해 13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별 인구, 경제지표, FDI, 부동산 투자거래 등 18가지 지표를 점수로 환산해 미래를 이끌 역동적인 도시를 순위로 매겼다. 놀랍게도 1위와 2위는 바로 하이데라바드와 벵갈루루, 인도 남부의 도시였다.
먼저 남부에 위치한 벵갈루루는 우리 기업에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잘 알려진 대표 IT도시다. 하지만 지금 벵갈루루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창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벵갈루루 지역에만 인도 스타트업의 약 30%가 모여 있고 글로벌 기업의 본사, IT공과대학 등 명문대학이 있어 혁신 생태계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또한 실제 스타트업의 총 투자액 중 40% 이상이 벵갈루루에서 이뤄지고 있어 유니콘 기업의 출현 비중이 매우 크다. 인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플립카트’, 앱 기반 택시 서비스 ‘올라’, 실시간 음식주문배송 서비스 ‘조마토’ 등이 대표적 사례다.
1위를 차지한 인도 중남부의 하이데라바드는 2014년 인도의 29번째 신생 주(州)인 텔랑가나주 주도이며 벵갈루루를 잇는 제2의 IT도시다. 아마존인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공룡이 이미 둥지를 틀었고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은 AI, 5G이동통신,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차세대 IT기술 R&D센터를 하이데라바드에 열었다. 유통업계 선두주자인 이케아는 하이데라바드의 지리적 이점을 알아채고 인도 최초의 매장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하이데라바드에 글로벌 기업이 모이는 것은 텔랑가나주 정부의 친기업 행정이 한몫했다. 주 정부는 투자프로젝트에 대해서는 30일 이내 승인 허가를 내주고 지연 시 주 정부가 책임을 지는 혁신적인 지원책을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실제 인도 모바일제조사인 Micromax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토지 양도에서 공장가동까지 단 6개월 만에 이뤄냈다.
벵갈루루와 하이데라바드의 성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인 매킨지는 지난해 10월 ‘아시아의 미래’ 보고서에서 인도, 남아시아 등에 소재한 ‘신흥 및 프런티어 도시’가 최첨단 기술을 시장에 바로 활용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벵갈루루와 하이데라바드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은 2, 3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기업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뉴델리, 뭄바이 등 속칭 ‘직항도시’를 제외하고는 벵갈루루와 하이데라바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고 ‘인도가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대부분의 이유다.
하지만 해발 900m 고지에 위치해 한국보다 쾌적한 여름을 가졌고, 청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스타벅스 커피 한잔과 함께 노트북으로 일에 집중하는 모습,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수제 맥주 한잔과 소고기스테이크를 즐기는 벵갈루루 시민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최효식 코트라 벵갈루루 무역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