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란 말이 등장한 지는 10여년이 흘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성공사례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로 뭔가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이 만연해 있던 분위기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역동적으로 추진한 사실을 돌이켜보면 조금 의아스럽다.
산업계나 학계에 상관없이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하거나 타당성을 고민할 때, 언론계에서 지키는 육하원칙에 따라 생각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첫째, ‘남들 다하니 우리도 해보자’ 식의 접근은 안 된다.
다른 기업이 빅데이터를 한다고 하니까 또는 지도나 인포그래픽으로 포장돼 그럴싸해 보이는 자료들을 어디선가 보고 나서 우리 기업도 데이터가 매우 많을 테니 빅데이터 한번 해보자 하는 식의 시도는 십중팔구 실패의 길로 접어든다고 봐야 한다.
둘째, ‘목표를 모른 채 하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식의 시도는 안 된다.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기업의 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도록 활용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즉, 빅데이터를 왜 그리고 무엇을 얻기 위해 분석하거나 활용하려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셋째, ‘완벽한 준비 후 시작해야 한다’ 식의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일단 빅데이터를 활용할 준비가 갖춰져 있을 때 정확한 데이터의 확보 후 분석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는 게 좋다. ‘쓰레기를 넣으면 당연히 쓰레기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IT 업계의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 데이터는 충실하거나 정확하지 못하다.
다만 그러한 데이터의 활용에 있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정도로 부실한 데이터가 아니라면 약간의 오차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시도는 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분석을 반복해 보면 데이터 정비에 대한 요구도 생기고 이를 통해 충실한 데이터 관리도 가능해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넷째, ‘시작했으면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거나 관련 조직을 성급하게 만든 후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했다가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관심 소멸과 함께 시스템 활용 또한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기업 내 외부 데이터의 충실한 확보와 장기간의 축적이 선행돼야 비로소 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본 요건이 준비되었다고 봐도 좋다.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대규모 저장창고인 데이터 레이크를 차근차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저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관리와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교통예보관 역할을 수행하면서 빅데이터 전문가인 도로교통연구원의 남궁성 박사가 최근 기업의 빅데이터 접근 방식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 말로 우리 주변의 상황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배고플 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한식, 양식, 중식 등의 분야를 선택한 후 해당 식당을 선택하여 제일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듯이, 식재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최고로 맛있으면서 배부르게 해줄 만한 메뉴로 아무거나 주라고 하면 곤란하다.
최고의 셰프라고 하더라도 손님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모르는데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단 말인가. 기호영 LHI 스마트정보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