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대출 9%증가 ‘과속’

당국 조치 대비 순익 축소 고육책

KB국민 4.7%↑…대출관리 여유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창사이래 처음으로 이익목표를 낮춰 잡은 배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조치가 임박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워낙 과속을 한 탓에 올해는 저속주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반면 라이벌인 허인 국민은행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지난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대출 증가율을 5% 미만으로 관리하면서 올해 대출한도에서는 당국의 포상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 각각 내부적으로 정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조만간 금감원은 각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권고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작년 금융당국이 은행권 전체를 대상으로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기준은 5%대다. 이 기준을 넘긴 은행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았던 신한은행에 상대적으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이 9%를 기록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 1월 가계대출 잔액은 115조7000억원으로, 규모 면에서는 국민은행(149조1000억원)에 비해 작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9% 증가율은 부담스러운 수치다.

이에 진옥동 행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 이하로 최대한 낮춰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이익의 핵심인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진 행장은 올해 순이익 목표도 지난해보다 10% 가량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대출자산 성장을 기반으로 작년 이자이익이 전년대비 5.1% 증가했다. 작년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329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을 많이 한 영향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순익 목표치를 조정하는데 가계대출 증가율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에 강한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크지만 작년 한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7%로 관리했다. 허인 행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3%로 정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7.8%와 5.5%를 기록했다. 두 은행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 이하로 설정해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