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성탄 이브보다 김정은 조모 김정숙 생일 초점
김정은 신년사 앞두고 고강도 도발 연기 관측도
美, 정찰기 4대 한반도ㆍ동해 상공 전개 대북감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25일 오후 현재까지 배달되지 않았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내세운 장거리로켓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로 예측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 현지시간까지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부상은 지난 3일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연말 시한’을 환기하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북한의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도발 가능성이 본격 제기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내외 주요 현안과 관련해 나름 ‘중대 결단’을 내리기 전 찾곤 했던 백두산을 오르는가하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예고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실제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였다. 특히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과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 차례 ‘중대한 시험’을 실시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일각에선 북한이 크리스마스 또는 한일중 정상회의 전후에 행동에 나설 것이란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됐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본토 위협 등 자신을 겨냥할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은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민간항공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미 공군의 리벳 조인트(RC-135W)와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 4대의 정찰기가 동시에 한반도와 동해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찰기 4대가 동시에 한반도로 출격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북한의 ICBM 또는 장거리로켓,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과 관련한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4일(현지시간) 연말을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입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모두가 내게 놀라움을 안겨준다”면서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놀라움이 생기면 나는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선물’이란 표현을 통해 북한의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시 처리하겠다는 경고도 함께 보낸 셈이다.
정작 북한은 차분한 분위기다. 전세계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과 달리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북한에서는 그저 평일일 뿐이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을 김 위원장의 조모이자 김일성 주석의 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친인 김정숙의 생일로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박광호 당 부위원장, 태형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전광호 내각 부총리 등 당과 내각 주요인사들을 비롯해 근로단체, 무력기관, 학생, 근로자들이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 탄생 102돌에 즈음해 24일 대성산혁명열사릉에 모신 동상에 화한이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잃을 게 없으며 이미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대화 교착국면에서 외무성 부상급 발언만으로 미국으로부터 큰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무력시위는 뒤로 미루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시기상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로 방향을 잡았지만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내년 신년사를 앞두고 고작 외무성 부상급 발언에서 나온 크리스마스 선물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