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제의 안해
[뉴욕=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진행한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은 여러모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거 3차례(1988ㆍ1991ㆍ1992년) 유엔 연설과 닮아 있다. 통일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놓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활용 방안, 교류활성화 등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 한반도는 폭 4㎞, 길이 250㎞의 DMZ에 의해 단절돼 있다”며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해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의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유엔이 앞장서 주길 부탁한다”며 “유엔 주도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그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DMZ 활용방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진행한 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도 나온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당장 개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휴전선 안 비무장지대에 ‘평화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화시에서 이산가족 만남, 민족문화관, 학술교류센터, 상품교역장 등을 설치해 교환, 교류, 교역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DMZ 활용에 유엔의 주도를 요청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아울러 남북한 교류 활성화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얼마 전 북한에게 남북한 사이에 환경과 민생, 그리고 문화의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2차 연설에서 “남북한의 사람과 물자,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의 길을 열어 단절의 시대 종식시켜야 한다”며 “남북한은 모든 나라간에 통용되는 자유로운 통행, 통신, 통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며 북한과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힌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은 통일 과정에 전세계가 동참해 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을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국제무대에서 직접 거론한 것이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극복하고, 또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것이라면 저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 보다도 진정성과 실천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1차 연설에서 당시 김일성 주석을 향해 “남북최고책임자가 전제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상호신뢰와 안전보장의 틀을 마련한다는 견지에서 불가침 또는 무력 불사용을 합의하고 공동선언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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