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없어요… 집주인들도 더 올라갈 줄 알고 거둬들인 거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하면 공급이 줄어든다잖아요… 신축이든 구축이든 나오는 대로 사는 거죠”

최근 서울 강남구, 마포구, 양천구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이 전한 시장 분위기다. 지난 14일 찾은 마포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서너 집 걸러 한 집에는 손님이 있었다. 공인중개사와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문의 전화가 걸려오거나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개업소마다 문의 횟수나 계약 체결 건수 등은 차이가 있었지만, 파는 사람이 큰소리(?)치는 전형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이달 6일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8개 자치구 27개동에 ‘규제의 끝판 왕’으로 통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이후의 일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32개 기관이 연말까지 부동산 이상거래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시계를 더 넓혀보면 현 정부에서 지난 2년 6개월동안 17차례의 부동산 대책과 각종 후속조치를 쏟아낸 이후다. 정책효과를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정부가 기대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이달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정부의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 후 시장 움직임이 처음 반영된 자료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27개동이 있는 서울 8개 자치구 아파트 값은 모두 올랐다. 상한제 ‘핀셋’ 지정대상인 강남의 집값은 큰 변화 없었다. 강남구(0.13%), 서초구(0.14%), 강동구(0.11%)의 상승폭은 전주보다 확대됐다. 마포구(0.10%), 영등포구(0.10%) 등도 서울 평균 상승폭을 넘어섰다.

매수 심리에는 불이 붙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19.1로 전주보다 5.1포인트 올랐다. KB가 부동산중개업소 3600여곳을 대상으로 파악하는 이 지수는 0~200 사이에서 움직이는데,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6680가구, 중개업소 2338곳을 설문조사해 파악한 10월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151.0으로 전달(138.6)과 비교해 12.4 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8월(155.9)에 근접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예측하는 응답이 반대의 경우보다 많다는 뜻이다.

시장을 누를수록 집값은 더 튀어오르는 ‘규제의 역설’이 어느 때보다 뚜렷해졌다. 내년 4월까지 분양가상한제 유예 단지의 분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한동안 서울에는 재건축 분양시장에 공급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불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공급 감소에서 비롯된 불안심리는 시장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 주요 신축 단지에서 신고가가 터져 나오는 것도 다반사다. 그간 덜 오른 지역도 가격 갭 메우기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소규모 ‘나 홀로 단지’마저 가격이 뛰고 있다.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이 더 요원해져서 불만이고,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정비사업이 물 건너갔다고 원성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접근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정부는 시장이 과열되면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8일 오전 열린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나 불안 조짐이 있을 시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추가지정을 검토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주저 없이 시행하겠다”라고 구두 경고했다.

서울을 향한 수요는 넘쳐나는 데 공급은 한계가 있고, 10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외에는 마땅히 갈 곳 없는 상황에서 갈수록 옥죄기만 하는 규제가 시장을 어떻게 자극할지 가늠할 수 없다. 여전히 공급 확대 정책과 다주택자의 매물 잠김을 풀 수 있는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갑작스런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집값이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그간 내놓은 부동산 규제 효과가 연말부터 가시화할 것이라고 봤다.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 어떤 답을 내놓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