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목엔 삼겹살 집이 두 곳 있다. 한 곳(A)은 작년 여름, 그전에 무엇이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가게가 삼겹살 전문점으로 바뀐 곳이다. 다른 한 곳(B)은 동네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단골손님을 끌어들이는 가게다.

B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 반면 A가게 테이블은 피크타임일 시간에도 빈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저녁 무렵이면 A가게 사장님은 밖으로 나와 골목을 지나는 유동인구를 살폈다. 맞은편 B가게 테이블은 이미 들어차고 있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에 더 많은 손님이 몰린다. 그 모습을 보며 기자는 외식업의 적자생존을 실감하곤 했다.

그러나 동종업계 간 경쟁이 위기의 전부가 아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세 번째 확진 판정이 나온 약 2주 전 찾은 B가게. 마감을 준비하는 가게 벽면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알리는 뉴스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사장님은 ‘아직 음식점을 찾는 발길이 줄진 않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원가 부담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불안감이 퍼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A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잦아들었으면 하는 모두의 바람과 달리 ASF 확진 판정은 현재 13건을 넘어섰다.

실제로 돼지고기 소비 위축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의 국산 삼겹살 매출은 약 5~10%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닭고기와 수입 소고기 구매는 늘었다. 심리적 불안감에 ‘대체육’을 찾는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다. 주요 대형마트가 국산 삼겹살 가격을 100g에 1980원으로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가격인상이 아닌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결과다.

한동안 뛰어올랐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4일 기준 발병 이전보다 낮은 3000원대로 떨어졌다. 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되며 물량이 풀리고 돼지 사육 마리도 전년보다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양돈업계에서는 오히려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ASF 확산 정도에 따라 수급이 달라질 수 있고, 정육점 등 소매가격엔 부침이 있어 ‘금겹살’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한돈농가들은 돼지열병과 더불어 가격 상승 이슈 등으로 돼지고기 소비를 기피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현재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과 재고량 등 공급 여력이 충분해 앞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안정화될 것인데, 가격이 오른다면 중간에서 누군가 크게 폭리를 취하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앞으로의 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적극 소비해야 축산농가도 자영업자도 ASF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단 점이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인체에 무해하니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돼지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감염된 돼지는 매몰 처분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도축장에서도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고 강조한다.

소비 촉진 캠페인도 시작했다. 한돈자조금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세이프(SAFE) 한돈 세이브(SAVE) 한돈’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 유명인들이 참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Q&A 영상을 공식 채널에 올리고 있다. 첫 번째 주자로는 올해 한돈 홍보대사인 방송인 이영자가 나섰다. 또 ‘#SAFE한돈 #SAVE한돈’ 해시태그를 국산 돼지고기를 먹는 사진과 함께 개인 SNS에 올리면 해당 게시물을 한돈 농가에 전달할 예정이다.

주말 저녁, 동네를 걸으며 다시 삼겹살 가게 안을 살폈다. 말 그대로 ‘파리 날리고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행히 가게 두 곳 모두 손님이 꽤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과 지글지글 타오르는 연기가 활기를 띄었다. 어둑한 조명 탓에 ‘설마 망한건가’ 싶었던 A가게도 정상 영업 중이었다. 시시각각 ASF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상황이지만, 돼지고기는 얼마든지 구워 먹을 수 있다. 식탁 위 돼지고기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