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치 담그는 노하우가 늘 궁금한 딸이 있었다. 다른 어떤 곳에 가서 김치를 먹어봐도 엄마가 담그는 김치 맛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딸은 엄마에게 그 비법을 물어 보았다. 그런데 엄마가 딸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필살기나 비법은 입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엄마의 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는 엄마와 가까운 거리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번 시도하면서 몸으로 감각을 익히는 방법밖에 없다. 왜냐하면 김치 담그는 노하우는 머릿속에 저장된 객관적 정보가 아니라 온몸에 체화된 암묵적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암묵적 노하우는 알고 있지만 쉽게 표현할 수 없고 가르칠 수 없는 전문가의 노하우다. 진정한 기술적 노하우는 머리가 아니라 손이나 몸으로 기억한다.

머리로 기억하는 공부는 휘발성이 있어서 쉽게 잊어 먹지만 몸으로 기록하거나 체화되는 공부는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헤어 스타일링을 비롯한 각종 헤어 디자인에 관한 기술도 머리로 기억되는 단계적 지식이라기보다 몸으로 익히는 체험적 깨달음이 많다. 아무리 훌륭한 매뉴얼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매뉴얼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매뉴얼에 나와 있는대로 한다고 매뉴얼대로 실행되지도 않는다. 체험적 노하우를 얼마나 습득하고 있느냐가 그 분야의 전문가나 대가인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머리를 손질하러 온 사람에게 “머리를 어떻게 손 봐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앞머리는 조금 올려주고요, 뒷머리는 짧게 그리고 옆머리는 귀가 좀 보이게 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하자. 여기 가늠하기 어려운 정보가 바로 ‘앞머리는 조금’이라는 말과 ‘옆머리는 귀가 좀 보이게’라는 말이다. 어느 정도 머리를 손보는 것이 조금이고 귀가 좀 보이는 것인지 정확한 수치로 재단하기 어렵다. 그저 헤어 디자이너의 고객에 대한 오랜 관찰과 체험적 통찰력을 가늠할 수밖에 없는 정보다.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보유하고 있는 체험적 노하우는 구구절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몸이 직감적으로 알 뿐이다.

예전에 한 TV 드라마에서 절찬 방영 중이었던 대장금 드라마에 나온 대사 중에, 스승인 한상궁에게 장금이가 물어보는 말, “밥을 짓는데 물은 얼마나 넣을까요?”, “자작하게”, “소금은 얼마나 넣을까요?”, “적당하게”, “양념은 얼마나 넣을까요?”, “약간 매콤하게”라고 대답한다. 한상궁이 장금이게 대답하는 적당하게, 자작하게, 그리고 약간 매콤하게라는 말은 계량화시킬 수 없는 감각적 앎에 해당된다. 오로지 이런 감각적 앎은 오랫동안 해당 분야에서 반복훈련을 쌓으면서 체득하는 노하우다. 설명할 길은 없지만 내 몸이나 눈으로 판단하는 체험적 노하우에 해당된다.

문제는 사회가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화될수록 몸을 던져 난해한 전문성을 반복해서 습득하려는 힘겨운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쉽게 습득한 전문성은 쉽게 잊어먹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