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스웨덴 배터리 업체와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설립 합작
중국 BYD 넘는 초거대 업체 등극 전망
국내 배터리업계, ‘시장점유율 축소’ 긴장 속 대응 마련 고심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사실상 양분 체제로 이끌어오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공식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업체들은 기존 세계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고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함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70종의 새 전기차 모델을 2200만대 생산하겠다며, 이를 위해 2023년까지 300억유로(39조500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의 이번 배터리 합작사 설립은 전기차 생산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함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유럽 현지에서 최대한 배터리를 확보해 유럽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노스볼트에 9억유로(1조18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으로, 노스볼트는 투자금 대부분을 공장 건설에 투입한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 지분 20%를 확보한다. 내년 독일 중북부 잘츠기터에 착공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는 빠르면 2023년 말 혹은 2024년 초부터 연산 16기가와트시(GWh) 규모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과 중국 업체가 양분하다시피 주도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민해낸 결과로도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가 결실을 보게 되면 폭스바겐이 중국 비야디(BYD)를 뛰어넘는 초거대 업체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최근 유럽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아시아 기업이 선도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유럽 국가들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해 왔다.
다년간 유럽 자동차 업계를 지배해온 독일과 프랑스는 최근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50억~60억유로(6조5000억~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공동 투자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양국에서는 현재까지 자동차·에너지 분야 35개 기업이 이번 프로젝트에 40억유로(5조2000억원)을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12억유로(1조5600억원) 가량을 프로젝트에 지원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나가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점유율 축소 현실화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폭스바겐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 논의는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과 먼저 시작됐지만 후발주자인 노스볼트와의 합작이 먼저 성사됐다는 점이 이같은 불안감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폭스바겐과 협력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뿐 아니라 많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고자 하는 것이 최근의 일반적인 투자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흐름을 봤을 때 국내 업체들도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등 시장점유율을 확대, 방어하려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