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최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한 후, 시세차익을 일부 환수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3기 신도시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계약 이후 매각을 할 때 LH 등 공공이 매입하는 조건으로 분양되는 주택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시세로는 집을 살 여력이 부족한 수요층의 주거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종전처럼 분양아파트의 양도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측이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논리이다. 수요자가 매각시점은 결정하지만 가격은 제한된 ‘풋옵션(put option)’을 갖는 파생금융상품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결국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아파트에서 발생한 차익을 수혜자(분양당첨자)와 공공이 함께 나눠 가져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제도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그간 분양가상한제 등이 로또아파트로 소수에게만 이익을 편중시켰던 문제점을 완화하겠다는 관점에서는 일종의 초과이익환수제로도 볼 수 있다. 우리 문화는 부동산 시세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통해 얻은 수익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에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반드시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007년에 군포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LH는 군포 부곡지구에서 환매조건부 아파트 415가구를 분양해 주목받았다. 세부 조건은 향후 환매할 때 가격을 정기예금이자율과 공시가격 중 낮은 것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의 떨어지는 시장에서는 환매조건부 분양이 매입원금과 적정이자를 보전하는 안전책이 되지만, 상승시장에서는 오히려 소유자의 수익을 제한한다. 주택 수요자들이 선뜻 선택하기 껄끄럽게 느낄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보자.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이 시장이자율을 크게 상회했고, 통상적으로 공시가격은 시세보다 낮다. 환매조건부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선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긴 환매기간의 적용도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주거지를 옮기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지방사업장 파견, 자녀교육을 위한 이동, 경제적 여건에 따른 크거나 작은 집으로의 이사 등 이유는 다양하다. 아무리 질병 등의 예외사유에 한해 중도환매가 허용되더라도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매매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의 민간분양 청약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았던 주요 원인으로 10년의 전매제한이 지적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수요자들은 특히 시세보다 획기적으로 싸지 않으면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군포 시범단지가 처음부터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됐다면 수요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청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일반분양의 90% 수준으로 공급돼 저조한 청약접수율을 기록하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시범사업이 더 많은 지역에서 적용됐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상황을 고려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자발적으로 환매조건부 주택을 선택하는 청약당첨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제도에 강제성이 없다면 굳이 택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주택의 공급가격을 시세보다 크게 낮춤으로써 시장수요를 이끌어내겠다는 논리도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비용문제가 수반된다. 어떻게 분양가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지 또 다른 숙제가 남는다.

투명성도 문제가 된다. 당시 이 제도를 통해 공공이 환수한 수익을 정확히 어떤 용도로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특정 공공기관이 이를 담당한다면 집행과정에서 더욱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투명하지 않다면 일부가 해당 기관의 사업수익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환매조건부 제도를 공론화하기에 앞서 살펴본 실행 측면의 세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이 설정한 환매가격과 기간에 대한 수요자의 공감유도와 초기 공급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은 물론 환수이익의 재투자분야와 방법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의 필요성을 우선한다면 이번에도 과거의 실패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 eunhyung@ricon.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