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사 등 갈등 갈수록 심각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 1월 5년 넘게 살던 집을 떠나 이사를 했다. 그를 수년간 괴롭히던 ‘층간소음’에서 벗어나고자 내린 선택이었다. A 씨는 “처음 1년은 욕설을 퍼부으며 싸웠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야구방망이를 들고 위층에 쫓아 올라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며 “핸드폰 진동 소리에 오줌 싸는 소리, 코고는 소리까지 대차게 들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아노 치는 소리’, ‘발걸음 소리’ 등은 물론, 이제는 ‘볼일 보는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등 귀에 잘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까지 층간을 넘나들며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는 같은 공간에서도 잘 느끼기 어려운 생활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기도 일산에서 유치원생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B 씨도 한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 “오전 6시만 되면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B 씨는 “처음엔 남편이나 내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매일 아침마다 안방은 물론 거실까지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에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C 씨도 “혼자 집에 있다가 화장실에서 웬 남자 노랫소리가 들려 흠칫 놀란 적이 있다”며 “알고보니 위층 사는 아저씨가 목욕을 하며 부르는 소리였다”고말했다.

이같은 층간소음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소재와 두께, 어느 하나만의 문제라 볼 수는 없다.

장준원 환경진단연구원 주임연구원은 “모든 벽과 바닥이 거푸집에서 하나로 양생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양생해 시공하는 것이라 조인트 문제, 재질 문제 등 여러가지가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대전화 진동의 경우 진동이 건물 구조체를 타고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감재나 바닥재에 영향을 받는 ‘경량충격음’ 보다는 바닥 슬래브 고유 두께와 관련된 ‘중량충격음’ 문제로 추정된다.

층간소음 문제가 더이상 이웃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금년 5월부터 ‘각 층간의 바닥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다소 모호한 문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예컨대 30가구 이상의 소규모 건축물은 바닥 두께 21cm 이상, 바닥 충격음의 경우 중량충격음은 50㏈, 경량충격음은 58㏈ 이하가 되도록 지어야 한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점은 남아있다.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볼일 보는 소리, 물 소리 등 생활 소음은 ‘층간소음’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한국환경공단의 한 관계자는 “화장실은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리빙 룸(living room)이 아니라서 소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화장실 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져도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