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삶이라는 글자는 사람이라는 글자를 꼭 껴안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 (중략) 생각해본다.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람들 사이에 뛰어드는 것 만큼 무모하고 완벽한 방법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프롤로그 중에서)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담거나 맛집, 숙박시설 등 여행 관련 정보를 담은 서적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사람’을 이정표로 한 이 여행 서적에는 맛집 정보도 게스트하우스 정보도 없다. 저자가 서문을 통해 밝혔듯, 그저 삶을 이해하기 위해 삶이라는 글자가 꼭 껴안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무모하고 완벽하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글 쓰는 김새움과 사진 찍는 이구름 두 여자는 정해진 일정도 예약된 숙소도 없이 ‘사람’을 따라 여행지를 조금씩 이동하며 겪은 일상을 기록했다. 대책없이 떠난 청춘들은 늘 ‘좋은 곳’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갈 곳’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칠레에서 두 여행자가 만난 열 명의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했다. 규칙에 갇혀 사는 공과대학 교수 루치아노, 파티가 일상인 비주얼 아티스트 파블로, 바람둥이 피아니스트 마르틴 등 국적도, 직업도 서로 다른 이들과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주 동안 함께 먹고 놀고 자고 ‘교감’하며 보낸 시간의 흔적을 남겼다.

여행의 시작은 ‘카우치 서핑(couchsurfing)’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아르헨티나 레콜레타의 루치아노(Luciano)와 함께였다. ‘빛나다(Lucir)’라는 의미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남자의 집엔 빛이 없다. 주먹만한 백열전구 세 개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전등 없이 어둠 속의 집에 사는 남자다. 그러나 빛이 없는 것을 제외하곤 모든 일상이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 타르트용 계란을 따로 사용해야 한다던지, 집안에 딸린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 ‘수영장 이용수칙’을 20분동안 숙지해야 하는 등 모든 일상이 규칙에 갇혀 있다. 여행자들은 그가 왜 어둠 속에 사는지 알려고 하지도, 혹은 그 어둠을 빛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저 “푸른 바다의 수심은 보기보다 깊으니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는 말만을 되새길 뿐이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블로가 왜 밤마다 술과 춤에 미치게 됐는지, 미라플로레스의 마르틴이 왜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를 버리고 첫사랑에게 돌아갔는지, 역시 여행자들은 캐묻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파티광과 함께 나방처럼 흐느적거리거나, 바람둥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찬사를 보내면 그 뿐이다. 사람도, 삶도 그 자체로 ‘꽃’이기에.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 볼리비아의 꽃 파는 할머니의 말을 빌려본다.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란 없지요. 꽃들에겐 지금이 그러한 시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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