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업계 “신평 기준, 시장 특징 반영 못해”
국토부, 시행령 마련 앞서 공청회 개최 예정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토교통부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키로 했던 신용등급 평가제도를 대형 상장 리츠에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업계는 수익형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는 신용평가 방법론이 투자자 인식을 왜곡하고, 투자자에게 돌아갈 몫도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당국에 전달해 왔다. 이에 당국은 총자산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는 대형 상장 리츠에만 제도를 적용키로 하고,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기준을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의무적으로 신용등급 평가를 받아야 할 리츠의 자산규모 기준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같은 방침을 최근 업계에 전달했다. 국토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부동산투자회사 공모 ‧ 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모 리츠에 신용등급 평가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달 발의된 관련 법안에는 총자산 규모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상장 · 공모 리츠 대부분에 신용평가 의무가 부과될 것을 우려한 업계는 지속적으로 당국에 우려를 전달해 왔다.
리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받아야 할 리츠의 자산 기준이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시장은 상장 리츠 대부분에 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이해하고 거듭 우려를 제기해 왔다”며 “규모가 큰 리츠에만 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방침이 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가 제기해 온 우려의 핵심은 일반 기업에 적용되던 신용평가 방식대로라면 우량 리츠일지라도 우량 신용등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부동산 운영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을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회사다. 우량한 부동산 자산일수록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자본 규모 대비 대출 규모가 클수록 투자자들의 지분 당 수익도 많아진다. 물론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시장 위축시 유동성 경색 우려를 고민해야 하지만, 일반기업의 경우처럼 대출 의존도를 곧 재무 불안정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익형부동산 시장에서는 우량 자산을 토대로 40~60%가량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이 국내외 모두 일반적인데, 여기에 일반기업 신용평가 기준이 적용된다면 대부분이 A 이하 등급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우량 자산이라고 판단하고 있더라도, 신용등급으로는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으로 왜곡돼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론에 이같은 특징이 반영됐다면 우려가 해소됐겠지만, 업계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예컨대 수익형부동산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는 매입가격 대비 순임대소득을 계산하는 자본환원율(Cap rate)인데, 이 지표를 방법론에 반영한 것은 3개 평가사 중 한국기업평가 한 곳뿐이다. 총 임대계약 기간 중 일정 기간을 무료로 임대해주는 ‘렌트프리’ 조항을 어떻게 등급에 반영할지에 대한 언급은 3개사 방법론 어디에도 없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각사 홈페이지에 평가방법론을 게재한 뒤 이메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해당 계획을 먼저 알리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하진 않았다.
결국 신용평가 방법론에 대한 평가사와 업계 간 인식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채, 국토부가 신용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리츠의 기준을 높게 잡는 방향으로 논란은 정리되는 모양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 신용평가의 목적은 투자자의 의사결정 비용을 낮추고 투자위험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으로, 업계와 당국의 이해가 다르지 않다”며 “최근 롯데리츠가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조달금리를 낮추게 된 것처럼, 제도 도입 후 긍정적 사례가 축적되면 업계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