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ㆍ신소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12일 회의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에 대해 해임권고 아랫단계인 ‘3개월 직무정지’라는 초강경 결정을 내린 것은 나가라는 강한 사임압박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에도 임 회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법적소송등을 밝히며 정면으로 맞서자 아예 직무를 정지시켜 경영에서 손을 떼게함으로써 ‘저항 의지’를 확실히 꺾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불과 1주일만에 같은 사안을 두고 금융당국의 결정이 두번이 바뀌는 사태가 발생, 제재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임 회장 정면도전에 금융당국 초강수 돌변=지난주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 직후 바로 물러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추석 연휴기간 두차례의 기자간담회와 계열사 사장단 성명을 통해 자진사퇴 의사가 없고 법적 구제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분명히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시 고민에 빠졌고 자칫 느슨하게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금융위 내부에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결국 금융위는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로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더 올린 것이다.

문책경고 자체가 사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임 회장이 버틸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별다른 추가 제재수단이 없기때문이다.

이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의사례에서도 나타났다. 김 행장은 중징계를 받았지만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최 원장과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1시간여동안 징계의 쟁점과 관련해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외부기관의 컨설팅 보고서 왜곡, 유닉스시스템 전환비용 조작 등 KB지주 주도로 이뤄진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임 회장이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는 점이다.

또 유닉스시스템 전환에 소극적인 IT본부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승진시키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 금감원 주장이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에 직접 나와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금융위 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징계수위를 높여버렸다.

▶잇달은 제재 상향…적절성 논란 증폭=지난 4일 중징계 통보 직후 사임한 이 전 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해왔다.

밀려서 물러나는 모습보다 법적 논리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는 당국의 결정을 어떻게든 뒤집어 명예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법무팀과 협의를 거쳐 당장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가운데 하나를 택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의신청은 최소 두달 정도 소요된다. 소송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 가량걸린다.

애초의 문책경고도 억울하다는 마당에 또 상향됨으로써 이번 금융위 결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제재심에서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가 2주후 최 원장이 문책경고로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 1주일만에 금융위가 직무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같은 사안에 3가지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기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임 회장의 손발을 묶어 밀어내려는데 목적을 두다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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