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등 핵심 교역국과의 갈등 경제영역 전이 역사문제서 촉발된 경제외교 실종이 사태 키워 안으론 끊임없는 정쟁에 추경·경제법안 발묶여 정치권·이해집단 긴밀한 소통 정책실기 막아야
대내외적 정치리스크가 우리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일본 등 핵심 교역 국가와의 외교·군사적 갈등이 잇따라 경제보복으로 이어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으로 핵심 경제법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경제기반이 취약해짐은 물론,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약화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영역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는 경제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권 및 이해집단과의 긴밀한 소통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문제 삼으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과의 실질적 경제협력은 독도 문제로 한일간 외교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제·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통화를 교환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체결하는 통화 스와프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700억달러까지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이로써 양국은 환율 및 금융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든든한 방어막을 확보했으며, 이는 한일 경제협력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랭하면서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스와프 계약을 해지해 2015년 최종적으로 종료됐다. 이후 한국의 제안으로 재개 협상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2017년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을 문제 삼으며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이러한 한일 외교갈등 및 이로 인한 경제협력 논의 중단의 연속선상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일 양국은 2016년 이후 고위경제협의회와 경제정책 수장인 재무장관 회의를 3년째 열지 못할 정도로 경제협력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본이 통상 분야의 보복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한일 경제외교의 장기간 실종 사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수출제한과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성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간 실무협의를 벌여 전략물자 수출통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지만, 장기 중단됐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중국과는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마찰이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중국이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유무형의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단체 관광객 송출 제한, 화장품 등 소비재 수입 규제 등으로 한국 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관련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역시 군사·외교적 갈등이 경제마찰로 비화한 대표적 케이스다.
국내적으로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으로 추경안과 경제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추경안의 경우 정부는 지난 4월 25일 미세먼지·민생경제 대응을 위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권이 선거법 등 패스트랙 법안을 둘러싸고 극한대치를 이어가면서 추경안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정부는 당초 이번 추경안으로 0.1%포인트의 성장 촉진 효과를 예상했으나, 국회 심의 및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제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비롯해, 혁신성장을 위한 빅데이터 관련법, 금융투자 활성화법, 상생형 일자리법, 청년기본법, 기업활력법 등 핵심 경제법안들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신뢰도에도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치리스크의 확대는 가뜩이나 경제기반이 약화된 우리경제의 위기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주요국과의 경제협력을 굳건히 해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통상·금융 등 경제외교 및 그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내적으로는 정치권 및 이해집단과의 더욱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핵심 정책이 실기(失期)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