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말하다(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처음북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칼럼니스트인 컬럼 매캔은 유명 작가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남자가 되는가’(How to be a man). 즉 남자란 무엇인가.

아버지다. 그리운 아버지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당신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당신도 내 아버지가 아니라고요. 어떻게 우리가 아닐 수 있겠어요. 어떻게 우리가 서로가 아닐 수 있냔 말입니다. 당신이 언젠가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며 나를 향해 양팔을 뻗었지만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나를 사랑했지만 당신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 같아 허락할 수 없었어요. 당신은 소방관이 쳐놓은 그물망이었습니다. ‘뛰어야 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중략) 당신이 떠난 지 참 오래되었지만 나는 계속 살아오고 있습니다.”

레바논 출신의 작가이자 화가 라비 알라메딘에겐 떠나 그리운 아버지와 소년을 품고 사는 어른 사이의 존재가 ‘남자’다. 남자의 삶이란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기꺼이 안길 수만은 없는 소년으로부터 아들을 마음껏 안을 수 있을 때는 아들의 주저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아버지의 사이에 놓여 있다.

아버지는 때로 술잔을 앞에두고 “네게 이런 짓을 한 놈이 누구지?”라고 묻고 친구와 한바탕 쌈박질을 한 소년은 “제가 이겼다”고 상대는 덩치가 더 컸다고, 친구가 먼저 잘못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불쌍한 친구를 곯려주다가 싸움을 하게 됐음을 결국 어머니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아들. 소년은 아버지에겐 ‘승리’를 증거하고 싶어하고, 어머니에겐 용서와 사과를 배운다. 거기에 또 소년과 아버지 사이의 남자의 삶이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댄 베리의 글이다.

‘남자를 말하다’는 ‘악마의 시’의 살만 루시디, ‘세월’의 마이클 커닝햄, ‘연을 쫓는 아이’의 할레드 호세이니, ‘속죄’의 이언 맥큐언 등 80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남자’에 대해 쓴 짤막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니카라과 태생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지오콘다 벨리는 “남자로 살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내 다리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로 시작하며 소년에서 성인으로의 성적 모험담을 털어놓는다. 살만 루시디는 정신분석이론을 비틀면서 남자의 꿈으로서 남자를 말한다. 짧은 글이지만 그의 여느 소설처럼 유머러스하고 환상적이며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뉴욕양키즈의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어린 아들과 동승한 지하철 여정으로 아버지로서 남자의 삶을 말하는 작가(‘보통사람들’의 데이비드 길버트)가 있는가 하면, ‘끔찍하리만큼 잔인하고 부패한 한 남자에 대한 보고서’라며 직업인으로서의 남자를 이야기한 필자(파리 리뷰와 뉴요커의 작가 필립 고리비치)도 있다. 여성에서 성전환한 남성이라는 거울을 통해 남성성을 들여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늘 특히 여자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지만 용서못할 짓을 하는 존재로서 남자인 자신을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다.

‘작가’라는 범주로만 묶이지 않고, 화가, 방송인, 배우,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글쟁이’들과 남자들의 재치와 상상력 넘치는 글들이 맛깔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