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의 공동 안장 기대했지만 불발 결정 -“광주시의 진정성에 의문” 유감 표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두 의인을 기리겠다는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엉뚱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인 고(故)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기자와 김사복씨의 공동 안장이 불발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서 광주시와 5월 단체 등으로 구성된 5ㆍ18 구묘역 안장심의TF팀은 지난 13일 힌츠페터가 남긴 유품을 5ㆍ18 구묘역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한 결과 ‘안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승필 씨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당분간 마음을 추스러야 할 것 같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역으로 1980년 5월 참상을 세계에 알린 두 의인(義人)을 추모하기 위해 나란히 안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광주시와 5ㆍ18기념재단도 이런 바람을 김사복 씨의 유족들에게 전해 지난 2월 김사복 씨의 유해를 옛 5ㆍ18 묘역에 안장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를 두고 39년만에 두 의인이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봉분을 세우지 않는 독일의 관습에 따라 유품을 구묘역으로 이전하더라도 봉분을 세울 수 없다는 점, 힌츠페터의 묘역에만 봉분 대신 조형물을 설치하는 점 등이 유족과 참배객 정서상 맞지 않다고 판단해 ‘안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 씨의 아들 승필 씨가 아버지의 유해를 힌츠페터의 유품과 나란히 안장하길 원한다면 현재 힌츠페터 유품이 묻혀있는 기념공원에 안장할 수 있다.
승필 씨는 힌츠페터 기념공원이 아닌 5ㆍ18 구묘역에 부친과 힌츠페터의 유품이 함께 안장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현재 5ㆍ18 구묘역에 인근에 조성된 힌츠페터 기념정원은 기념비와 함께 힌츠페터가 2005년 광주방문 당시 5ㆍ18 재단에 맡겼던 손톱과 머리카락 등 유품이 안장돼 있다. 그러나 기념비 바로 왼편엔 화장실과 정화조 3개가 놓여있어 추모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승필 씨는 “처음부터 힌츠페터씨를 화장실과 정화조 바로 옆으로 모신 것은 큰 실수였다”며 “의인에게 보이겠다던 광주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5ㆍ18 구묘역 안장심의TF팀 관계자는 “시가 공원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며 “김사복 씨 가족이 동의하면 힌츠페터씨 비석 옆에 공간을 마련해 함께 모시고 그렇지 않다면 심의 결과에 따라 김사복 씨 유해만 5ㆍ18구묘역으로 안장하는 방법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 특파원이던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참사 현장을 직접 취재한 뒤 독일 본사로 보내 광주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렸다.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기록한 그의 영상 자료는 전두환 군부 독재의 폭압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도움으로 광주를 찾아 취재할 수 있었다.
힌츠페터는 지난 2016년 1월25일 독일 북부 라체부르크에서 투병 끝에 향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김사복 씨는 지난 1984년 12월19일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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