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분의 1’, 전세계 종합격투기(MMA) 붐을 일으켰던 프라이드(PRIDE)는 당시 헤비급 챔피언 효도르에 도전하는 세계 강자들의 토너먼트에 앞서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공개했다.세계 최강 효도르를 꺾는 자가 실질적인 지구 최강이라는 의미였다(당시 전세계 인구는 60억 명이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세계 인구는 75억 명이 넘어서고 있다).5천만분의 1, 입식격투기 대한민국 최강자 결정전세월은 10여 년이 흘러 프라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국내 입식격투기 무대에서 오랜만에 격투기 팬들이 반길 만한 ‘5천만분의 1’ 매치업이 성사되었다. 바로 ‘명승사자’ 명현만(34 명현만멀티짐)과 ‘백곰’ 권장원(22 원주청학)의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이다.현재 입식격투기 무대는 K-1의 중흥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협소해졌지만, 그 동안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며 입식격투기 부활을 위해 달려온 국내 최대 규모의 입식격투기 단체 MAX FC가 ‘명현만 vs 권장원’이라는 빅카드를 준비했다.20대 시절, 명현만은 국내를 대표할만한 입식격투기 강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K-1이 몰락했고 그는 세계 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잃었다. MMA로 전향하며 마이티모,크로캅 등 세계적 강자와 대결했지만 본인의 몸에 맞지 않는 환경의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선수 인생의 중반기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명현만은 일생일대의 결정을 하게 된다. 자신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입식격투기 무대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복귀의 배경에는 맥스FC의 꾸준한 러브콜도 주요했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신성’ 권장원의 등장 때문이었다. 권장원은 191cm 130kg의 리얼 헤비급 체구에도 강하고 빠른 킥 능력은 물론이고 타고난 센스까지 갖춘 선수이다. 12전12승10KO라는 전적도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권장원을 상대할 만한 국내 헤비급 파이터는 전무한 상태, 여기에 권장원이 명현만을 ‘콜’ 했다. “선배가 있을 무대는 링이다. 더 이상 서커스는 그만두라”며 다소 날 선 도발을 통해 명현만을 자극했다. 여기에 명현만의 피가 끓었다. 명현만은 “당시 MMA파이터로 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권장원의 도발은 즉시 확인했다”면서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능력 있는 후배가 등장했다는 점이 내 안의 투쟁심을 일깨웠다”고 복귀배경을 밝혔다. 복귀무대에서 명현만은 그야말로 ‘클래스’를 입증했다. 5년 만에 입식격투기 복귀무대임에도 불구하고 7연승을 달리고 있던 194cm의 장신파이터 안석희를 2라운드만에 캔버스에 눕힌 것이다. 대회사는 즉시 두 선수의 챔피언전울 발표했다.
‘네임드’ 명현만이냐 ‘특급신성’ 권장원이냐두 선수는 준비 과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네임 밸류에서 앞서는 명현만은 입식 복귀무대와 함께 세계적인 콘돔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스킨과 스폰서십을 채결하는 등 이름값을 증명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훈련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헝그리할 수 밖에 없는 권장원은 원주청학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샌드백과 미트치기 등 클래식한 트레이닝에 집중한 반면 명현만은 냉각사우나 크라이오테라피, 저주파 자극 운동기법 EMS트레이닝 등 이온인터내셔널 최첨단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하며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원주에서 고독하게 샌드백을 치는 권장원의 모습과 세계적인 파이터들의 전지훈련지로 떠오르고 있는 푸켓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명현만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짧게 자른 머리로 쉐도우를 하는 권장원과 푸켓 현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전UFC 챔피언 비토벨포트와 여유 있게 기념촬영을 하는 명현만의 모습은 현재 두 선수의 입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기도 하다.현재 전문가들의 예상 역시 근소하게 명현만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권장원이 젊은 나이와 패기, 역대급 재능을 갖춘 신성임은 동의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강자들과 겨뤄온 명현만의 경험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킥 공격 위주의 권장원에 비해서 킥 공격은 물론 강력한 양훅을 겸비한 명현만이 아직까지는 가지고 있는 무기 역시 더 많다는 의견도 있다.하지만 권장원 역시 전혀 물러설 생각은 없다. 프로시합 무패의 전적, 전 세계 무에타이 헤비급 최강자들이 격돌하는 IFMA무대에서 두 차례 출전만에 결승에 오른 저력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설령 패배한다고 해도 이제 고작 스물두 살의 나이는 권장원의 강점이기도 하다. 시쳇말로 “잃을게 없는 싸움”이라는 얘기다. 상대 선수에 대한 트래시토크가 마치 통과의례처럼 자리잡은 국내 격투기 무대이지만 양 선수의 대전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권장원은 명현만에 대한 무한 존경을, 명현만은 후배 선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어서 오히려 두 선수의 대전에는 색다른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4월13일(토) 충남 홍성에서 한국 입식격투기 헤비급의 한 획을 그을 역사적인 대결은 이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오랜만에 토종 헤비급 빅매치를 기대하고 있는 국내 격투팬들에게 양 선수가 어떤 명경기를 선사하게 될지 기대된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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