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전국 소방관 밤새 달려가 진화 지원 - 산불 이튿날인 5일 게재 3일만에 17만여명 지지 - 文대통령 대선 공약…관련 법안 국회 통과 관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인제, 고성, 강릉 등 동해안 지역 상당수를 집어삼킨 강원 산불에 전국 소방관들이 지역에 상관없이 몰려들어 진화 작업에 나선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강원 산불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5일 올라온 관련 국민청원은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2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난 5일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게재된 지 사흘이 지난 이날 오전 8시 현재 17만8100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날 중으로 지지자가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국민청원이 100명의 사전 동의를 거쳐 게시판에 공개된 이후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된 부처ㆍ기관의 장(長),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변해야 한다.
해당 국민청원을 보면 청원인은 청원인은 청원 내용을 통해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으로 두면 각 지방에서 세금으로 소방 인력과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지역 크기가 큰데도 인구는 더 적고 도시가 아니라 소득이 적은 인구만 모여 잇는 곳은 지역 예산 자체가 적어 소방 쪽에 줄 수 있는 돈이 더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 써야 하는데 장비 차이는 물론 인력도 더 적어서 힘들다”며 “꼭 국가직으로 전환해 소방공무원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보장하고)많은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이 청원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 동참을 바란다’, ‘서명 부탁한다. 20만명 모아 보자’ 등의 트윗이 올라왔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직 전환은 이때다 싶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 ‘더 열악한 곳에서 공무하는 다른 공무원도 많다’ 등 신중을 기하는 트윗도 만만치 않게 게재되고 있다.
실제로 산불을 잡기 위한 소방관들의 ‘사투’는 눈물겨웠다. 지난 4일 오후 7시17분 고성에서 시작돼 6일까지 사흘간 꺼지지 않고 강원도 일대를 뒤덮은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바다 건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소방청은 발생 1시간여 만에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가 이내 지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각지 소방차 820대는 밤새 어둠을 뚫고 현장으로 달려가 강원도 소방관들과 힘을 합쳐 불을 껐다.
화재 이튿날인 지난 5일 정문호 소방청장은 “천릿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와 도와준 전국 시ㆍ도와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불이 나서 소방관들이 불을 껐는데 정 청장은 왜 ‘전국 시ㆍ도와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일까. 일선의 소방관들은 각 시ㆍ도의 소방본부에 속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특정 시ㆍ도의 행정 업무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해서 다른 시ㆍ도 공무원들이 업무 지원을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졌을 때 타 지역 직원을 대규모로 동원해 대응하는 국가직 공무원인 경찰과의 차이다.
소방이 이런 구조임에도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해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게끔 비상 출동 시스템을 강화한 덕에 이번과 같은 신속한 공조가 가능했다. 다만 이런 공조를 법적으로 더욱 뒷받침할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여전히 국회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꾸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소위 ‘신분 3법’ 등 총 네 가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는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했다. 법 개정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국가직 전환을 시행하려던 소방청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문 대통령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처우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직 소방공무원 4만4792명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되 기존 시ㆍ도지사의 인사권과 지휘ㆍ통솔권은 유지하기로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소방 업무의 성격이 화재 예방과 진압이라는 고유 영역을 넘어 구조ㆍ구급, 국가적 재난 대응 영역으로 확장돼 국가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업무 자체에는 영향이 없는 만큼 시행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이 있어서 (관련 법률 개정)논의가 다시 묻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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