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오른다고, 공시가를 흔들어선 안돼” “공시가 산정, 중앙으로 일원화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 조사 체계를 일원화해 기준을 세운 뒤, 다양한 행정목적에 따라 가감조정해서 쓰라는 게 근본취지다. 지금의 세금폭탄론이나 건강보험료 인상론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1989년 한국의 공시가격 제도를 처음으로 만든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평가원장은 3일 한국감정원 서울 강남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 급등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보유세가 급등한다’,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공시가격이라는 기준을 흔들어서는 안되고 세율 조정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인상 논란이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채 원장은 이러한 논란의 근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꼬리로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것은 정작 정부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보유세 인상을 추진한 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준이 되는 공시가를 먼저 현실화한 뒤 그에 맞춰 보유세 부담 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까지 세부담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우려해 고가주택만 표적으로 삼아 공시가격을 높이고 저가주택은 그러지 않았다. 올해 주택 간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해놓고서는 오히려 자의적으로 기준을 흔드는 행태를 계속한다는 지적이 진보와 보수 진영 양쪽으로부터 끊이지 않는 이유다.
채 원장은 정부와 감정원의 공시가격 제도 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감정평가사나 지방자치단체에게 해당 업무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공시가격 조사ㆍ산정이 중앙정부와 감정원으로 더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공동주택과 표준단독주택은 감정원이, 표준공시지가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토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하고 있다. 채 원장은 감정평가사나 지자체에 맡길 경우 지역간 공시가격 형평성이 무너지고 여론의 압력이나 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시가격은 정확성과 전문성, 균형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조사기관을 일원화하고 공시제도의 체계적 선진화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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