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도박죄… 모임 경위, 금액 등 종합해 유무죄 판단 -대법원 “내기골프는 도박…경기결과 예측 어려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매해 설이나 추석 명절이면 친척끼리 둘러앉아 고스톱 판을 벌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마음만은 다들 ‘타짜’라지만 100만 원, 1000만 원이 아닌 1점당 100원을 주고받으며 즐기는 오락도 ‘도박’이 될 수 있을까.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습적인 도박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일시적인 오락’의 기준은 무엇일까.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법원은 각 사례마다 판돈의 규모, 도박에 참가한 사람의 재산 보유 수준,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따라 유ㆍ무죄를 따졌다. 한 끗 차이로 오락인지 도박인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오간 액수가 적더라도 상습성과 목적성에 따라 도박죄 처벌이 가능하다. 2017년 6월 서울서부지법은 도박 협의로 기소된 A 씨 등 5명에게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8월 10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30분까지 점 200원의 고스톱을 쳤다. 재판부는 판돈은 크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이뤄진 점 등을 볼 때 친목 도모가 아닌 도박을 목적으로 고스톱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원지방법원은 2009년 지인 집에서 1점당 200원 고스톱을 친 무직자 B 씨와 지인 2명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B 씨는 도박죄 및 도박개장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B 씨와 지인 2명이 친목회 모임장소에 다른 회원들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스톱을 벌였기 때문에 도박이 아닌 오락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스톱을 1시간 가량 쳤고, 판돈은 친목회 모임의 술값에 보태졌다는 점에서 도박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득 수준이 도박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인천지방법원은 2007년 지인과 함께 점당 100원 짜리 고스톱을 친 C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돈은 2만 8700원에 불과했지만, C 씨는 월 10~20만 원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재판부는 C 씨에게 2만 8700원은 큰 돈이 아니라며 벌금 30만 원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가 인정되지만 2년 후 면소해 없애주는 일종의 선처다.

반복적인 ‘내기 골프’도 도박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2006년 1타당 50~100만 원을 걸고 한 ‘내기 골프’가 도박죄에 해당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골프는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매 경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골프 내기를 한 D 씨와 지인 3명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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