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6.3%, “설 명절 지출에 부담”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직장인 이모(29) 씨는 설만 되면 조카들에게 세뱃돈으로 얼마를 줘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설에 유치원 조카들에게는 3만원, 그보다 어린 조카들에게는 1만원씩 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지 않을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씨는 “보통 더 많이 주는 걸로 안다”며 “아빠가 8남매라 조카들이 많다. 월급으로 조카들을 다 챙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설 연휴가 되면 직장인들은 명절 지출에 걱정이 커진다. 부모님 용돈과 세뱃돈으로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815명을 대상으로 ‘설 지출 부담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76.3%가 ‘설 명절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직장인의 이번 설 지출 예상 금액은 평균 43만5000원이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직장인들이 올 설 연휴 사용할 예정인 경비는 평균 41만4000원이었다. 이 외 구직자 및 취준생은 17만2000원, 대학생은 12만1000원을 지출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의 예상 세뱃돈은 18만1000원으로 설 경비의 약 44%를 차지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설이 있던 2월에는 시중에 화폐가 더 많이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신권이 세뱃돈으로 가 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가통계포털이 발표한 ‘주요 통화금융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화폐발행잔액(말잔)은 112조7518억원이었다. 이는 지난달 1월(108조5348억)과 3월(109조5236억)보다 약 3조에서 4조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
직장인들은 나이대별로 얼마씩 주는 게 좋을지도 고민이다.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당한 세뱃돈의 금액은 연령에 따라 달랐다. 초등학생 이하는 1만9000원, 중고등학생은 4만5000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평균 5만3000원을 적당하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 부담인 경우가 많다. 성모(36) 씨는 지난 설에 세 살 조카에게 5만원을 빼앗(?)겼다. 지갑에 5만원권 한 장뿐이었는데 조카를 안 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차피 누나 손으로 들어가겠지만 출혈이 컸다”면서 “앞으로는 얼마씩을 줘야 할지 무섭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큰 지출이 생기는 만큼 직장인은 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전문가들은 세뱃돈에서 중요한 건 액수보다 그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가족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족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본인이 쓸 수 있는 세뱃돈의 최대치를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