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 소송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증선위 제재 효력 잠정 중단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행정소송 선고 늦춰질 가능성 높아 -법원, “금융감독원도 회계처리 적법 답변… 부적절 단정 일러” [헤럴드경제=좌영길·이민경 기자] 22일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 제재 처분 효력을 잠정 중단시켰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 전에 취해지는 임시 조치일 뿐이지만,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분식회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받았고, 시간도 번 셈이어서 증선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 소송에 큰 부담 없이 임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이날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증선위가 내린 해임 권고, 시정요구 등 제재조치는 행정소송 본안판결 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이번 결정에서 법원이 검토한 쟁점은 당장 제재처분 효력을 중단할 필요성이 있는지였다. 본안 소송의 관건인 삼성바이오의 회계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급히 고의 분식회계라는 판정을 내릴 경우 삼성바이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고,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만큼 공익성 측면에서도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 효력이 정지되지 않아 삼성바이오의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안이 상정되거나 외부로 알려질 경우, 삼성바이오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 전에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란 낙인이 찍힌다”고 밝혔다. “주주ㆍ채권자 등이 삼성바이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거래를 단절할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바이오가 시정요구 등 조치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은 아직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재판장인 박성규 부장판사는 2017년 행정법원에 부임했다. 서울지역 법원 인사는 2년 단위로 순환되기 때문에 다음달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심리는 그 이후에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 회계 의혹에 관해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상태다.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 수사나 관련 형사 재판 상황을 지켜보면서 선고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정소송과 형사재판은 별개지만, 회계 적정성에 관해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법원이 증거 자료를 강제로 제출하게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다. 양 측의 소송 전략에 따라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자고 요청하면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선고를 미룰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증선위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변론을 맡고 있다.
투자자 소송 경험이 많은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증선위 조사는 강제력이 없지만, 검찰 수사는 강제력을 동원하고 훨씬 광범위하게 하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수도 있다”며 “재판부가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입장에서는 시간을 엄청나게 번 것”이라면서 “집행정지로 인해 삼성바이오 재무재표 시정이 안된채로 남는데, 투자자들이 그 동안 깜깜이 투자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증선위 처분이 내려졌을 뿐인 현 단계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재판부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회계처리 적절성을 묻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해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해 신청인이 한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서울대 회계학연구센터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증선위는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 행정처분을 의결하고, 회사와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위는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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