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라이베리아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 및 대응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본적인 장비나 시설 부족으로 의료진 희생도 늘었고 이는 사태를 더욱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인구밀집지역인 웨스트포인트의 격리 시설에서 탈출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 17명에 대한 추적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라이베리아가 ‘에볼라 통제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루이스 브라운 라이베리아 공보장관은 “아직 그들을 찾지 못했다”며 “격리센터를 습격한 괴한들이 환자들 체액이 스며든 매트리스 등 침구류를 약탈해갔다”고 밝혔다.

브라운 장관은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웨스트포인트 지역을 봉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탈출한 환자들이 이미 이곳을 벗어났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환자들의 집단 탈출 사태가 빚어진 것은 의료시설의 관리 능력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 지원과 관리 인력의 감소에 따른 것이며, 근본적으론 장비 부족으로 인한 의료진의 희생과 철수, 이로 인한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의 전체 의사 수는 250명 뿐이다. 400만 명의 인구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내과의로 한정할 경우엔 51명에 불과하다. 의사 1명이 7만1429명의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셈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과 기니의 상황도 정도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시에라리온은 의사 1명 당 담당해야 하는 국민은 4만5455명, 기니는 1만 명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408명 수준이다.

의료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장갑, 보호복, 진통제 등 기본적인 장비와 의약품, 시설 등의 부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의 돌로타운의료센터는 의료용 고무장갑을 다 소진해 남은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맨손으로 돌보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력이 센터를 떠났고 이후 이 지역에선 37명의 에볼라 사망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보급품 문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곳 센터 의료진인 맥퍼랜드 케라울라는 WSJ에 지난 4월 이후 장갑이 보급된 건 단 한 차례 뿐이었고, 그나마도 1박스(50켤레)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고무나무 산지에 있으면서 고무장갑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엔 520㎢ 넓이의 고무나무 숲이 위치해있다.

라이베리아 교외 지역의 한 병원은 에볼라 발병 이전부터 진통제와 해충방지제 등 기본적인 물품이 부족했고 시험관과 수술복도 모자란 상태였다. 에볼라 발병 이후엔 고무장갑을 에볼라 질환이 심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사용하는 등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사망자ㆍ감염자가 늘어나며 격리시설도 부족해졌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몬로비아 내 빈 학교를 격리치료 시설로 전환운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침대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책상 위에 종이를 깔고 침대처럼 사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매트리스 보급도 절실히 요구됐다.

WSJ은 지난 2003년 종결된 14년간의 내전에서 아직 회복중에 있어 충분한 장비를 공급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정부 발표를 들며 라이베리아 정부가 장갑을 조달할 능력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보건당국은 최근 중국이 1만 벌의 보호복을 기증했으나 의료기관들이 넓게 분산돼 있어 의료진들에게 입고 벗는 방법을 교육하는데도 수 주가 걸린다고 밝힐 정도로 관리 능력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WSJ은 플라스틱 시트부터 진통제, 앰뷸런스 등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장비들이 부족해 많은 의료진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나이지리아 등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1145명에 이른다. 감염자는 총 2127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