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적 노사관계, 글로벌 경쟁사 돕는 꼴 노동계로 기울어진 시스템이 투쟁문화 키워 기업 현안 ‘국제경쟁력’ 측면서 보면 답 나와 고비용 구조로 경영악화…고용 감소는 ‘필연’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바로 ‘국제경쟁력’이다.
노사관계, 임금, 탄력근로제,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첨예한 갈등을 겪는 정책들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측면에 비춰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글로벌 개방경제 시스템에서는 공장도 고용도 임금도 모두 전세계 차원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제도나 과도한 규제, 후진적 노사관계, 지불 능력을 초과한 임금이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기업들은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아마 경쟁국들은 한국의 강경하고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한국이 스스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며 경쟁기업들은 안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노사관계 선진화, 최우선 국가 과제로 다뤄야 할 때”=김 부회장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 이유를 ‘노사관계’에서 찾았다. 높은 임금 부담과 잦은 파업을 일삼는 한국의 후진적 노사관계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어 체질부터 변하지 않으면 쇠퇴 위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조가 공장에 가서 임원을 때리는 나라가 대체 어디 있느냐. 세계 어느 기업이든 노조에 대한 공포감, 물리력에 의한 육체적 공포감을 느낀다면 신뢰를 갖고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최근 불거진 노조들의 불법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사관계를 최우선 국가 과제이자 현안으로 놓고 변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시스템이 지금과 같은 투쟁적 문화를 키웠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사용자 측에만 광범위하게 적용돼 기업은 어떠한 대응도 못 합니다. 노조는 사용자 고발과 파업을 쉽게 합니다. 외국은 파업 시 사용자가 대체근로를 할 수 있지만 국내 사용자는 어떤 대안도 없습니다.”
김 부회장은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 상태에서는 협력적 문화가 자라나기 어렵다”며 경영권 간섭 등 근로자 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검찰ㆍ법원 등 사법부로 가지 말고 다른 나라들처럼 중앙노동위원회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법과 제도, 시스템이 선진화하면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서 뛰쳐나가는 투쟁적 문화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탄력근로제·상법 개정안 등 각종 현안, ‘국제경쟁력’에 비춰봐야”=김 부회장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과 제도를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수차례 힘줘 말했다.
정책과 규제가 아무리 좋아도 경쟁국의 다른 기업 대비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면 결국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법,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모두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습니다. 하지만 규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가면 기업의 비용은 그만큼 올라갈 수 밖에 없고, 미래 투자를 해야할 시점에 지배구조 개선과 지분 확보에 돈을 다 써버리게 됩니다.”
그는 “임금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완성차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13%인데 경쟁국 업체들은 7~8% 수준이고 5%인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고, 글로벌 경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것도 올려주고 저것도 더 올려주면 기업이 어떻게 연구개발에 더 투자하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까지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韓, 고비용 구조로 경영여건 악화…고용 감소 ‘필연’”=한국의 경영여건 악화는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로 귀결된다.
김 부회장은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비용 대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GM 부평공장은 통상임금의 상여금 반영 후 이미 2년 전부터 GM의 전세계 40여개 공장 중 ‘고비용공장’으로 분류됐다”며 “적자는 지속되고 최근에는 법인분리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GM 본사 입장에서 ‘굳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 해야하나’는 의문을 점점 더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 공장이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 안될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연구개발센터의 분리는 결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며 “결국 글로벌 GM 본사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성을 내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외부세력은 물론, 노조가 물리력으로 붙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기아차도 통상임금 패소 이후 인건비가 올라가자 잔업을 없앴고, 그 결과 생산ㆍ수출ㆍ직원들 임금이 모두 줄었다”며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요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최근 2년 간 30% 가까이 올랐는데 그 부담은 결국 카드업계 등으로 전가됐다. 한 곳에서 부담이 늘면 연쇄적으로 모두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선진국과는 전혀 다른 산업발전 역사 고려해야”=김 부회장은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미국을 비교하며 우리만의 ‘한국식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오랜 산업의 역사를 갖고 밑에서부터 발전했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업체부터 그 토대가 매우 탄탄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던 나라에서 정부 주도로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만든 생태계다. 아직도 현대차가 주도해 하청업체에 기술을 알려줘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들이 스스로의 기술로 생존했다기보다는 하청 물량을 받으며 컸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기업이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물론 대기업 주도의 성장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바꿔 나아가야하지만 우리는 아직 자립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도 국가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수소차 생태계를 지원한다고 해서 현대차 특혜라고 보면 안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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