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KT 관계자들이 통신망을 복구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KT 관계자들이 통신망을 복구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전기안전公 등 빅데이터 화재예측 모델 진행 안전점검·전기화재 DB비교 ‘E등급’ 분류 정부·조사기관, 긴밀한 예방조치 미흡

비슷한 상황의 건물, 전국에 1만2000개 “정부, 화재예측기술 통한 통합관리 절실” 지난달 서울의 4분의 1을 마비시킨 통신대란의 발원지인 KT아현국사는 빅데이터 화재예측에서 이미 가장 위험한 등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발생 전에 화재예측 모델이 완성됐지만, 해당 조사 기관과 정부 당국의 긴밀한 예방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관련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화재예방보다 보험 상품개발 목적으로 개발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기안전공사, 선도소프트, DB손해보험 등이 참여해 만든 ‘빅데이터 기반 전기화재 예측 지능정보기술’에서 KT아현국사는 E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기술은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전국 250만건 건물 안전점검 데이터베이스와 소방청의 전기화재 10만건 데이터를 연결하고, 구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건물노후도ㆍ절연저항값(누진 등 측정)ㆍ건폐율ㆍ용적률ㆍ전력사용량ㆍ건물구조(콘크리트ㆍ철골ㆍ목조) 등의 변수를 분석해 화재위험도별로 A~E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E등급일수록 화재위험도가 높은데 KT아현국사는 여기에 해당됐다. E등급인 건물은 전국에 1만2000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관련 기술 개발이 화재예방보다 보험상품개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부 부처 간 제대로 된 공유는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KT 관계자들이 통신망을 복구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KT 관계자들이 통신망을 복구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이 기술은 작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빅데이터 기술을 확산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공모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대구를 시범지역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가 2009년부터 축적한 1억2000만건의 전기안전점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기화재 현황 데이터(행안부), 기상정보(기상청), 건축물정보(국토부) 등을 수집ㆍ분석해 만들어졌다.

작년 6~12월 시범사업이 진행된 뒤 기술을 고도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가 예산 4억원을 지원해 올해 확산사업으로 발전했다. 예측 대상도 대구에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확산사업은 화재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화재보험상품을 새로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산이 한정된 탓에 이번 사업도 올해 말이면 종료된다.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기술을 더욱 공익성이 높은 분야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KT아현국사와 같은 등급의 전국 1만2000개 건물에 대해 관리와 예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에 참여했던 한 내부 관계자도 “이번 KT화재를 보면서 빅데이터 화재예측 기술이 정부와 지자체 거버넌스를 통해 관리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지만 시범사업을 공모했던 과기부는 관련 기술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한 빅데이터 화재예측 기술들이 성과를 내고 있어 조만간 카드뉴스를 만들어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시 발화지점을 찾는 ‘블록체인 기반 전기화재 발생지점 분석지원 시스템’도 개발됐지만, 예산 문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작년 과기부 공모로 시작돼 한국전기안전공사와 SK텔레콤이 참여해 개발된 기술이다. 아크(전기적 방전에 의해 전선에 불꽃이나 스파크가 발생하는 현상)의 발생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전기화재 원인 규명 시 객관적 증거능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작년 4월 상업용ㆍ주거용 건물, 전통시장, 사찰, 축사 등 10개 장소에서 기술 적용을 시작해 올해는 20개로 늘리기로 했지만 작년 12월 중단으로 무산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예산부족으로 확대적용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SK텔레콤은 “사업 검토 결과 시범사업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