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秋鬪분위기에 외국 투기자본까지 공세 - 1%대 영업이익률에 미래 성장마저 ‘빨간불’ - 미국발 車 관세폭탄에 환율마저 겹겹 악재 [헤럴드경제=이정환ㆍ배두헌 기자] 한국 자동차산업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와 실적 시계바늘은 이미 10년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악화일로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일 정도다.

안에서는 곳곳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노조와 글로벌 투기자본, 수입차 공세에 밖으로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판매부진에 무역전쟁에 따른 환율 악재, 각국의 강력한 환경규제, 미국발 자동차 관세 폭탄등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다면초가’에 놓였다.

▶투기자본 공세 와중에 높아지는 ‘추투(秋鬪)’우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재차 시달리고 있다.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초과자본금의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하며 재차 압박에 나섰다. 지난 5월 자신들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을 10억 달러 이상 갖고 있다고 깜짝 발표하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끼어든 이후 벌써 세 번째 공격이다.

첫 공격 당시 엘리엇의 훼방 속에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무산되기에 이르렀고, 9월엔 자신들이 원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담은 서신을 공개하며 글로벌 언론 플레이를 벌여 현대차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번에 공개한 서신 역시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보자는 요구다. 우선 초과자본금을 주주들에 환원하고,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하는 등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의 한 축으로 지목되는 강성 노조가 때 아닌 가을 투쟁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한국GM지부의 지부장들(각사 노조위원장)은 지난 13일 청와대 앞에 모여 오는 21일 예고된 ‘사회적 총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 선언을 발표했다. 민노총은 최근 문재인 정부나 여당과도 격렬하게 맞서는 가운데 자동차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특히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 문제, 한국GM은 ‘연구개발 법인 분리’ 문제로 각각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고, 한국GM 노조는 산업은행과 정치권, 지자체 등을 돌며 전방위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환율 악재에 다시 고개드는 ‘미국발 관세폭탄’= 또 다른 위협은 바로 ‘미국발 차 관세 폭탄’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부과 계획과 관련 상무부가 제출한 조사결과 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입자동차 및 부품에 20~25%의 고관세를 매기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된다.

미국은 한국 차 수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관세폭탄을 맞을 경우 한국 차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연간 85만대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이 수입차와 부품에 일괄적인 관세 부과 시 한국 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 감소율은 한국산이 22.7%로 가장 높고 일본 21.5%, 중국 21.3%, 독일 21.0% 등의 순이었다.

그간 우호적이던 환율마저 돌아섰다. 지난 3분기 현대차가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환율하락과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의 영향도 컸다.

최근 한국 자동차 수출이 살아나던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화폐가치 하락으로 거액 환차손까지 입었다.

현대차는 3분기 경영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믹스개선 등에 따른 긍정적 효과들이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시장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탓에 가격경쟁력에서 일본차에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급락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전반적인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한국자동차 산업이 내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각종 환경규제까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의무제가 시작되고 2021년부터는 유럽연합(EU)에서 강력한 환경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바닥까지 내려온 실적…1%대 영업이익률에 미래 성장 ‘빨간불’= 올해 완성차 회사들의 실적은 바닥이다.

현대ㆍ기아차는 3분기 ‘어닝쇼크’(시장의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 성적표로 충격을 줬고, 쌍용차는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군산공장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인 한국GM 역시 판매 부진으로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3분기 리콜 등 품질 비용은 물론 환율 등 외부변수가 악영향을 끼쳤다는 걸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이 암담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 기아차는 0.8%에 그쳤다. 3000만원짜리 차를 한 대 팔아 30만원을 남긴 셈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미래차 경쟁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반등에 정말로 중요한 시기인데 최근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라며 “대내적인 여건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여건도 어둡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