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상 범죄 강력 대응…추진력 ‘긍정 평가’ -수사권 문제 ‘답보’ㆍ집회 손배소 취하 ‘딜레마’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민갑룡 경찰청장이 3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그간 추진한 정책과 행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성범죄 등 사회적인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반면 수사권 조정 문제와 집회ㆍ시위와 관련된 소송 문제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해선 민 청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여성 범죄 ‘엄단’=민 청장은 지난 8월 첫 공식 치안현장 행보로 서울 혜화역에서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여성 집회를 찾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민 청장은 취임사에서도 “경찰은 누구보다 여성들이 느낄 극도의 불안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불법촬영 등 여성을 위협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와 불법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 청장은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여성대상 치안정책을 모아 ‘여성 안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대응하기 위해 ‘여성대상범죄 근절 추진단’(여범단)을 만들고 산하에는 불법촬영 음란물과 아동음란물의 유포 등 사이버 성폭력 범죄를 전담하는 ‘사이버 성폭력 수사단’(수사단)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8월부터 불법촬영물부터 헤비업로더, 주요 유통사이트와 디지털 장의사업체까지 불법촬영물 ‘유통 카르텔’을 단속해 지난 20일 기준 불법촬영자, 음란물 유포 사범 등 총 2062명을 검거하고 그 중 8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단속을 계속 실시해 여성대상 범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권 조정 ‘답보’=민 청장의 최대 과제인 수사권 조정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등을 거치며 ‘기획통’으로서 경력을 쌓은 만큼 민 청장이 수사권 조정 논의에 큰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수사권 조정안이 겨우 국회로 넘어갔지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구성이 거의 세 달이나 지연된 것. 올해 안으로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올해 12월말까지 활동할 예정인 사개특위가 두 달 안에 형사소송법 등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를 마쳐야 하지만 경찰과 검찰 간의 이견이 워낙 커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조속히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자치경찰제 등 ‘권한 내려놓기’ 작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내년부터 서울과 제주, 세종 등 5곳에서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하고 현 정부 임기 내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손배 소송 취하 ‘고민’=경찰이 집회에서 입은 물적ㆍ인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집회ㆍ시위 주최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문제도 민 청장의 최대 딜레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위)는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사태와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이 인정된다며 손배소를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민 청장은 이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취하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소송 취하 여부를 두고 갈리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진상위 권고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경찰 내부에선 불법 폭력 집회에 대해선 법적으로 엄단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극과 극인 요구 사항을 두고 민 청장의 결단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