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증시 버팀목…이번엔 발빼 정부-국민연금 엇박자 지적도

국내 증시가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는 베어마켓(대세하락) 장세를 보이면서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를 위해선금융당국을 넘어, 범 부처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3% 하락한 1996.0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 12월 이후 약 22개월 만이다.

이같은 ‘패닉장세’는 정부와 증권사 사장단이 긴급 회동해 관련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벌어졌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배가 됐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자본시장 점검회의’에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연기금과의 소통 및 협의 채널을 가동해 시장의 자율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과거부터 있었던 주장이며, 이를 위해 함께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금은 위탁받은 공공의 자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같은 연금공단과 행정공제회·교직원공제회 같은 공제회도 연기금에 포함된다.

연기금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증시 위기 상황에서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역할했다. 연기금은 당시 외국인과 개인이 쏟아내는 대량 매물을 받아내면서 공포를 희석하고 증시의 바닥을 다져나가는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8년에는 9조7763억원, 2011년에는 13조4958억원을 순매수할 정도였다. 연기금 내 투자 운용 메커니즘에 따라 증시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주식의 비중을 늘린 것이다.

연기금은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주식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선 정부와 국민연금의 엇박자를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1월 연기금의 투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연금은 오히려 내년 말까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21%에서 18%까지 줄이겠다고 지난 5월 말 발표했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