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따분한 일상도 의미를 갖게 하지. 음악이 있으면 평범한 순간도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한물간 음반 제작자 댄(마크 러팔로 분)은 뉴욕 한복판의 광장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어폰에서 멋진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눈에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청년의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영화 속 인물들 만의 체험은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 또한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음반 낼 돈이 없는 제작자(댄)와 가수(그레타)가 뉴욕 시내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녹음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뉴욕의 명소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닌 건너편 건물의 옥상, 뉴욕의 뒷골목과 지하철, 차이나타운 등을 누빈다. 황량한 배경 위로 음악이 흐르자 마법이 벌어진다. 음습하게만 보였던 곳곳이 활기를 띠고 낭만을 뽐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개짖는 소리마저 훌륭한 효과음이 된다. 한편으론 영화 속 음악과 공간은, 화려하고 희망적으로 보이지만 (영국인 그레타와 같은) 이방인들에겐 고독하고 비정한 뉴욕의 양면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로 명성을 얻은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빛나는 ‘원스’는 국내에서도 다양성 영화 최초로 2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음악영화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감독의 연출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200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밴드 ‘뉴 래디컬스’의 그렉 알렉산더가 음악감독으로 가세했다.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은 그레타의 변심한 남자친구로 등장, 첫 영화 출연이 무색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명품 보컬을 듣는 즐거움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