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브, 미 고등훈련기 사업 최종선정 후폭풍 -총력전 펼친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 ‘패닉’ 상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항공우주(KAI)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T-50A가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에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주전에 명운을 건 총력전을 펼친 정부와 방산업계는 ‘패닉’ 상태다.
KAI 측은 이번 수주전이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어느 정도의 출혈은 감내하더라도 반드시 입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다진 바 있다. 당장 저가 수주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세계 군사력 1위인 미군에 항공기를 납품한다는 국제적 ‘인증’을 발판으로 후속으로 이어지는 미 해군 훈련기 사업, 제3국 훈련기 사업 등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2파전으로 압축된 수주전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보잉-사브에 사실상 완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KAI-록히드마틴은 미 공군이 고등훈련기 사업에 책정한 예산 규모(160억달러:약 17조원)를 감안해 높은 안정성과 성능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미 공군 예산에 맞추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 역시 351대의 새 훈련기를 구매하려면 197억달러(약 21조원)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KAI-록히드마틴은 3~4조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판국에서 경쟁자인 보잉-사브는 가격을 92억달러(약 10조원)로 절반에 가깝게 낮추는 한편, 항공기도 351대가 아닌 475대를 제공하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KAI-록히드마틴은 현실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펼친 셈이다.
애초 KAI-록히드마틴의 우세가 점쳐진 가운데 도전자인 보잉-사브가 역전승을 이뤄낸 형국이다.
이렇게 보잉-사브가 파격적 공세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KAI-록히드마틴의 T-50A가 안정성이나 성능 면에서 한 수위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50A의 원형이 된 T-50은 KAI가 록히드마틴의 기술지원을 받아 자체 생산한 기종으로 한국, 동남아, 중동 등에서 수백여대가 운용되며 성능에 대한 검증을 이미 마쳤다. 하지만 보잉-사브가 T-50A에 대항해 이번 입찰에 내놓은 BTX-1은 한동안 실체가 없는 가상의 항공기였다.
T-50A는 2015년 시제기가 나오고 지난해 5월 초도비행, 지난해 11월 시험비행에 성공했지만 보잉-사브의 BTX-1은 한동안 실체가 없는 항공기로서 입찰 참여여부마저 불투명한 항공기였다. 미 공군이 입찰 시점을 여러 번 연기하면서 결국 입찰 기회를 갖게 된 BTX-1은 기다렸다는 듯 파격적 제안을 앞세워 향후 100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훈련기 시장을 선점했다.
이번 입찰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 때문이라는 풀이마저 나온다. T-50A 역시 미군 납품용 최종 조립은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 당선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이 아닌 한국이 개발한 T-50을 원형으로 하는 T-50A를 선정하기엔 무리가 따랐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미군의 주요 무기체계를 록히드마틴이 석권한 상황에서 미 정부가 보잉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