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오늘 우리는 한 시대를 닫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터키’를 기치로 내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총리(60)가 10일(현지시간) 터키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에서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시사했다. 2002년 총리 당선 이후 11년간 집권해 온 그는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 이후 앞으로 10년 더 통치 권좌를 노리고 있다.
그는 1923년 터키 공화국 건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터키어로 ‘건국의 아버지’란 뜻)와 단절해 ‘제2 건국의 아버지’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아왔다. 케말이 세속주의 공화국을 건설했다면, 에르도안은 경건한 이슬람 제국으로 재건이 목표다.
하지만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힘은 전체 인구의 1%로 소수인 이슬람 세력이 아닌 ‘더욱 풍요로워지고자하는 국민적 열망’이란 분석이다. 이는 곧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과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2023년까지 터키를 현재 세계 17위의 경제국에서 8200억달러 규모의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실제 그가 당수로 있는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은 2002년 정권을 잡은 뒤 지난 11년간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집권기간 동안 연 평균 5% 이상씩 성장을 시현했고, 2006년까지 터키 주식과 채권 시장에 외국인 자금 780억달러가 유입됐다. 공공 및 민간 영역의 소비와 건설 부문에 외자가 급증했고, 이것이 곧 터키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최근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과 소비에 근간해 성장해 온 경제가 더이상 나아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 터키 최대 기업 KOC홀딩스의 라미 코크 명예회장은 “터키 경제가 지닌 가장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는 외국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포린어페어스는 터키 경제가 전형적인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 단계로까지 성장했지만 성장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터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4%로 잡았지만,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터키의 올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상했다. 지난해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사상 4번째로 큰 폭의 하락인 10% 평가 절하됐다.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자가 이러한 터키 경제 구조의 난맥상을 헤치고, 경제 회복에 성공할 지에 대해선 꼬리표가 붙는다. 포린어페어스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생산성 증대가 필요하고, 그럴려면 교육 수준 증가, 혁신 조장, 자유로운 지적 분위기, 여성의 노동력 참여 증대 등이 필요하다”면서, 에르도안 정책이 이를 역행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젊은 여성이 공부를 위해 결혼을 미뤄선 안된다”고 한 발언이나, 과학자보단 성직자를 키워내는 듯한 교육 시스템 등이 터키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그는 공립 중등학교교육시스템을 이슬람 교육에 가깝게 바꾸고 있다.
AKP 의원에서 2012년 당과 결별해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수아트 키니클리오글루는 최근 포린폴리시에 “에르도안이 터키를 이슬람 가치로 색칠된 독재국으로 만들려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에르도안에 권력이 집중된 데 따른 부패 증가,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인된 반정부 세력의 봉기 위협 등이 그의 앞에 도사리고 있다. AFP통신은 “에르도안이 헌법 개정에 나서 대통령 권한을 확대하려 들 경우 극심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 경고를 전했다. 영국 캠브리지대의 터키 연구가 지야 머렐은 AFP통신에 “대선에서 승리가 에르도안에게 주요 도전이 된 적이 없다. 주요 도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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