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등이 18일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등이 18일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리용남 부총리 이재용에 “유명한 인물” 총수들 구체적 언급 피하고 신중 행보 靑 “총수 수행단은 우리쪽이 결정한 일”

‘관심은 표하되 최대한 신중하게’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북한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인 자격으로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재계 총수들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18일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경제담당 내각부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남북경협의 물꼬를 터야 할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남북 경제인들은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내심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종결되지 않은 단계인데다,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북한과 구체적인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북 둘째 날인 19일 오후 경제인들은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소재한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곳은 2016년 5월 준공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재건을 지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방문 일정 등을 감안할때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에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할 경제계 특별수행원들이 북측 경제인들과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일정은 지난 18일 ‘인민문화궁전 만남’이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만남은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전 단계에서 경제협력에 대한 상호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리 부총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 이렇게 처음 뵙지만 다 같은 경제인”이라며 “통일과 평화 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마치 구면인 것 같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다 같은 경제인’, ‘평화 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등과 같은 대목에서 경제인으로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은 동질감을 표현하며 남북경협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리 부총리는 남측 경제인들이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할 때는 각 기업의 사업 특성을 짚으며 구체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일부 대목에서는 북한이 바라는 남북경협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묻어났다.

리 부총리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사업 부문은 ‘철도’였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리 부총리는 “현재 우리 북남관계 중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사회간접자본(SOC) 경협의 핵심 내용은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 연결과 현대화다. 동해선 남측 구간에 대해선 국토교통부가 올해 중 연결 공사에 착수하기 위해 총사업비(2조3490억원)까지 책정해 놓은 상태다.

리 부총리는 이어 총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다만, 그룹 총수들은 이에 반갑게 화답하되 구체적인 비즈니스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리 부총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더라”라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이 부회장은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 중심 인재 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삼성의 경영 철학이 ‘기술 중심 인재 중심’”이라고 소개하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화답했다.

이미 20년 전 고(故)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 때부터 대북사업을 진행해온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에게는 강한 지지와 신뢰감을 표현했다. 현 회장이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빨리 (사업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리 부총리는 “현정은 회장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던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의 발언으로 4대 그룹 총수를 특별수행단에 포함시킨 배경에 ‘북한 요청’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우리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는 황 지도국장의 발언에 대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우리쪽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북청에서 요청이 아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ㆍ이승환 기자/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