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정유사들이 최근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TV와 신문지면에 ‘주유소 광고’가 자취를 감췄다.
정제마진 악화, 세계적 수요 저하로 정유 사업 실적이 뚝뚝 떨어지자 정유사들은 자동차 배터리, 윤활유 등 고수익 신성장 부문을 앞세워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부터 자회사 SK에너지의 ‘빨간모자 아가씨’ 광고 대신 SK이노베이션 사명을 앞세운 ‘공룡ㆍ지구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내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5개 자회사를 거느린 에너지ㆍ화학 부문의 중간 지주회사다.
새로운 광고는 정유사업을 상징하는 기름통 외에도 자동차(리튬이온 배터리), 지구본(자원 개발), 생수통(이산화탄소 플라스틱) 등을 통해 SK이노베이션 내 다양한 사업군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이 지난 2분기에만 2149억원의 적자를 내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 SK에너지보다는 SK이노베이션 브랜드를 대중에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6월부터 자사 최고급 윤활유 ‘세븐’을 내세운 TV, 신문 광고를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까지 기름방울을 형상화한 캐릭터 브랜드 ‘구도일’을 주인공으로 광고를 해왔다. 정유 사업이 5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반면, 윤활유와 그 원료인 윤활기유가 선전하자 이 부문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석유는 정해진 품질규격이 있어 다른 정유사와 차별화하기 어려운 반면, 윤활유는 자사의 기술력과 품질을 내세워 홍보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소비자들 선호도 많이 좌우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예 TV광고를 진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전지현, 송혜교 등 톱스타들을 내세워 TV 광고를 했으나, 실적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1년 말부터는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아임 유어 에너지(I am your Energy)’ 등 굵직한 TV광고를 내 온 GS칼텍스도 지난해부터 광고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적악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올해 초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기름유출사고 이후 되도록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값싼 기름을 찾는 소비자들의 경향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름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TV 광고가 판매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단 1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것이 요즘 소비 경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