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최근 중국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인들이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으면서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언론들은 중국 소비가 ‘강등(downgrade)’ 됐다고 표현했다. 가격 신경 안 쓰고 지갑을 열던 ‘통 큰’ 중국인들이 가성비에 연연해하는 ‘짠돌이’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씀씀이에 세계 경제도 울고 웃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확실히 소비가 둔화한 모습이다.

상반기 중국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15년 만의 최저 증가율이다.

7월 소매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9.1%)와 전월 증가율(9.0%)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커피는 생략, 다이어트라고 생각하자”, “버스나 카풀 이용, 절대로 택시 안타기”, “쇼핑은 핀둬둬(공동구매 플랫폼)에서 해결” 등 절약 지향 소비가 대세다.

서민용 먹거리인 짜차이(菜ㆍ짠지), 얼궈터우(二鍋頭ㆍ고량주), 컵라면 등의 소비가 확 늘면서 관련 기업의 상반기 수익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승승장구하던 스타벅스 커피의 중국 매출은 지난 2분기 9년 만에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흥미로운 것은 소비 강등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자 중국 언론들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인민일보, 환구시보, 시나닷컴 등 관영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 매체들도 소비가 강등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상’됐다고 주장했다.

서민 소비 품목이 늘고 일부 상품 소비는 줄었지만 여가나 교육, 여행 등 서비스형 소비가 늘었다면서 이성적인 소비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반박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나라든 경제가 성장하면 소비가 다양하고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또 120만명이 넘는 중국의 백만장자들은 여전히 통 큰 소비를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도 결코 부인하지 못한 현실이 있다. 바로 집값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다.

최근 1~2년 사이 더욱 폭등한 중국의 집값은 일반 월급쟁이들에게는 ‘넘사벽’이 됐다. 집을 포기한다고 소비가 늘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베이징의 대졸 신입 회사원은 월급의 67%를 월세로 내고 있다. 그나마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얻어야 이정도다. 도심에서 가까운 50㎡ 면적의 방 1개 아파트 월 임대료가 약 130만원이라고 하니, 베이징의 평균 월급(약 132만원)을 감안하면 한달동안 죽도록 일해서 몽땅 집세로 바치는 꼴이다.

운 좋게 내집 마련에 성공한 중산층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 산아제한 폐지 소식에도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자식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할 만하다.

소비 절벽도 인구 절벽도, 심지어 금융위기도 모두 집문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온갖 대책에도 부동산 과열을 못잡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보니 격하게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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