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애로사항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은 지난 1월 현대차 용인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과 만나는 모습. [헤럴드경제 DB]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애로사항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은 지난 1월 현대차 용인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과 만나는 모습. [헤럴드경제 DB]

“경제주체 만남, 대상 가리지 말아야…모두 합심 노력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고 현장 건의사항을 청취한 것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경제추체들의 합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김동연식(式) 실용주의의 발로로 해석된다. 삼성은 한국 최대의 글로벌 기업으로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막대해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삼성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나치게 대기업에 의존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거나 투자 확대를 압박 또는 구걸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청와대 참모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 방문을 강행함으로써 청와대와의 갈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이자 경제팀장으로서 현재의 엄중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는 데 궁극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제수장으로서의 입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벤처ㆍ중소기업과 자영업 현장을 40여 차례 방문,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12월 LG 방문을 시작으로 올 1월엔 현대차, 3월엔 SK, 6월엔 신세계를 잇따라 방문해 신규 사업계획 등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대기업들은 수십조원의 투자와 수만명의 신규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에 화답해왔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올 5월 이후 꾸준히 언급돼왔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까지 겹치면서 계속 미뤄져 왔다. 게다가 김 부총리의 친기업적 행보가 경제 구조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의 약화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최근에는 청와대에서 ‘투자 구걸’ 논란까지 나왔다.

하지만 경제정책 성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김 부총리로서는 이런 논란에 매몰돼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확충함으로써 경제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많은 후유증을 낳고 있는데다 일자리 창출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과 투자의 질을 따지질 여유가 없다는 긴박감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삼성전자 방문 계획과 관련한 ‘투자 구걸’ 논란에 대해 유감이라며 지난주말 장문의 반박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명확히 했다. 김 부총리는 “지금의 경제 상황 하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우리경제 운용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저를 포함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제주체들을 만나는데 그 대상을 가릴 일이 아니다”면서 “부총리 취임 이후 (시장과 소통하고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을 40회 방문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방문에 대해서도 “대기업을 4번 만났지만 투자나 고용계획에 대해 간섭한 적이 없다”며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투자나 고용 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경제의 혁신과 역동성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란 얘기다. 이전엔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대기업들이 투자ㆍ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삼성은 이번에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에 방점을 두는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로 해석되지만, 이를 통한 경제활성화와 함께 구조개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