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 극복 위해 자극제 급한데 한국만 상속세 공제축소 등 역주행
일본, 중기 가업승계지원 감면 고려 트럼프, 면세한도 2배로 상향과 대조
#지난해 12월 미국 상원은 법인세 인하 및 상속세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국내외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파격적인 ‘감세’의 골자였다.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미국의 법인세는 최고세율 기준 35%에서 21%로 대폭 낮아졌고, 상속세 면세한도 역시 기존 550만달러에서 1100만달러로 상향됐다.
#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는 ‘부자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를 축소하고,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소ㆍ중견 기업의 상속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가업상속 지원제도’ 또한 축소했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당시 기획재정부 측의 설명이었다.
상속세를 감축하거나 폐지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는 역으로 상속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를 두고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속세 강화가 부의 대물림 근절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기업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경제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 30%를 가산하는 점을점을 고려하면 세율은 65%에 달한다. 상속세 최고세율 55%인 일본보다 높다.
여기에 현 정부들어 상속증여세 공제 기준마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7%였던 상속증여세 신고에 따른 공제는 올해 5%로 축소됐다. 내년에는 3%까지 인하된다. 최근 재계에서 2~3세, 이어 4세 경영으로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을 정조준한 정부의 과세 강화 움직임은 ‘재벌개혁’과 맞물리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상속세 기준 강화 등 현 정부의 증세 드라이브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고려가 전혀 감안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며 “현행 상속세 기준으로 순조롭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속세 강화 움직임이 국제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존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ㆍ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감축하거나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장애 요인이 된다“면서 “상속세는 중소ㆍ중견기업의 활성화와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위해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현실과는 반대로 상속세 감축ㆍ폐지는 국제적 추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2014년에는 체코와 노르웨이가 상속세를 폐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없다. 스웨덴, 캐나다, 호주 역시 상속세가 없는데, 이들 국가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재산이 아닌 기존 원금과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상속세 감면 주장에 힘을 싣는다.
OECD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상속세 최고세율의 평균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26.6%다. 최고세율만 봤을 때 40%가 넘는 나라는 프랑스, 미국 등이 있고 일본이 55%로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상속세 할증이 없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 이후 기업의 세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상속세 완화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마저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 손질에 나서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승계 지원의 일환으로 상속세 감면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 바뀌면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손미정 기자/
